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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3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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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4-04-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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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다룬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바흐 ‘마태 수난곡’ 연주 시간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190분에 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인이 체력을 보충하라며 고맙게도 초코바를 건네주었지만 인터미션에도 먹지는 않았다. 바로크 악기 특유의 거칠고도 맑은 음향, 최고 수준 성악가들의 청아한 목소리, 2000년 전 성인(聖人)의 위대한 행적이 감상자를 몽롱하게 했고, 그 아름다운 몽롱함에서 억지로 깨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몽롱함의 원인은 연주 자체와 함께 연주 시간에도 있었다. 기나긴 연주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통한 외부의 자극이 없으니,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종교음악의 흐름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종류의 음악은 귀가 아니라 온몸으로 듣는다.
국립오페라단의 <한여름 밤의 꿈>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을 포함, 170분이었다. 셰익스피어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벤저민 브리튼이 1960년 발표한 현대 영어 오페라다.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아리아는 없었다. 명색이 ‘희극’이지만 객석에서는 통쾌한 웃음이 터져나오지 않았다. 요정 왕과 왕비의 다툼에서 비롯된 혼란이 인간들의 연애사에 복잡한 뒤틀림을 유발하고 결국 그 모든 혼란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진다는 내용인데, 분위기가 유쾌하기보단 그로테스크했다. 앙상한 이동형 나무 몇 그루로 표현된 숲에선 무언가 음침하고 불길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았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연기한 장난꾸러기 요정 퍽(Puck)은 자기 복제를 해 3명으로 등장했는데,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인공이자 흉악한 범죄자 일당의 의상을 연상케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악몽인지 길몽인지 모를 순간들이 이어졌다. 이런 중간 지대로 접어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시간은 135분이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본 유연석 버전의 <헤드윅>은 인터미션 없이 150분이 넘었다. 관객을 무대로 완전히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 <헤드윅>은 별다른 장치가 필요 없는 ‘몰입형 공연’이었다. 대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중 감히 스마트폰 불빛을 내는 이는 없었다. 이 공연에 오기 위해 많게는 15만원을 지불한 다른 관객을 방해했다가는 그 어떤 눈초리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관람 매너 때문이 아니더라도, <헤드윅> 공연 도중 스마트폰을 꺼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헤드윅은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말 걸고 객석에 뛰어들었다. 관객들은 팔자 사나운 로커 헤드윅의 사연에 조금 울고 대체로 웃으며 완전히 몰입했다.
뮤지컬의 경우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에 달하는 작품이 흔하다. 공연 전 극장에서는 안내원들이 ‘스마트폰을 꺼서 가방 안쪽 깊숙이 보관해달라’고 반복해 고지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빚어지는 민원을 방지하는 것이 1차 목적이겠지만, 이 요구는 스마트폰 자극 없는 완전한 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부수적 효과도 낸다.
인터미션 때 잠시 스마트폰 전원을 켜는 경우도 있지만, 공연장 바깥 세상과 접속이 끊어진 시간 동안 세상이나 내 삶을 바꿀 만한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적은 없었다. 설사 그런 일이 있고 내가 즉시 그 소식을 알았다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최근 내가 스마트폰을 끈 동안 전해진 가장 큰 뉴스는 응원하는 야구팀이 역전당했음을 알리는 스코어보드였다. 상심을 감추기 어려운 소식이었지만, 이 역시 경기가 모두 끝나고 아는 것이 내 정신 건강을 위해 나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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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약속 장소에 30여분 먼저 나갔는데 마침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된 적이 있다. 당장 충전을 할 만한 방법도 없어서 마냥 30분을 기다렸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심지어 장단기적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엄지 손가락으로 쇼츠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훑었다면 녹듯이 사라질 시간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떠올릴 것도 없이, 시간은 그렇게 상대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해지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의 시간은 녹아버린다.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는 ‘마태 수난곡’ 공연을 앞두고 3시간 동안 앉아 침묵을 지키며 이 미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연 시간은 자발적인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이다. 디지털 자극 없는 세상에선 또 다른 감각과 시선의 문이 열린다. 이를 위해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은 없을수록 좋다.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응은 해야 하지만 확전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던 이란이 지난 13~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지만 공격 방식에 있어 상당히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국 영사관을 폭격당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중동지역 강국으로서 입지를 재확인하는 등 무력을 과시해야 하지만, 동시에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뒷배’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이란에도 부담이었다. 이란은 이런 점 때문에 지난 1일 영사관 폭격 사태 이후에도 줄곧 확전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보복 공격에서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72시간 전 주변국과 미국 등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에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하는 등 공격에 대비할 시간도 벌어줬다.
이란이 민간인이 밀집한 이스라엘 주요 도시가 아닌 인적이 드문 네게브 사막의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공격했다는 점도 수위 조절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CNN은 이는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볼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계획된 작전이라며 이스라엘과 그 협력국들이 방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5시간의 작전은 ‘끔찍한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제재 이후 이란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점,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으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 점도 이란이 선뜻 전면전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카네기중동센터의 마하 야흐야 소장은 이란이 대리 세력에 의존하지 않은 채 전의를 불태운 첫 공격이지만, 그들은 공격을 충분히 사전 예고했고 드론과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에 도달하기 전 격추될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란의 이번 공격이 2020년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에 의해 암살됐을 당시 대응 방식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보복 10시간 전 미국에 사전 경고를 한 뒤 이라크 내 미군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고, 미국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도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CNN은 이란은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더 몰두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공이 이스라엘에 넘어갔다는 점이다. 확전의 키를 쥔 이스라엘의 재반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를 지원하지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그간 가자지구 전쟁에서 번번이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강경파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것도 전면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반면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박을 수용해 보복에 나서지 않거나, 이란에 큰 타격이 없는 형식적인 대응만 할 경우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전면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나 야쿠비안 미국 평화연구소 중동 및 북아프리카센터 부소장은 이스라엘 민간인이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벼랑 끝에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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