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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버찌가 익어 가면 굴을 먹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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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4-04-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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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힐 터이다. ‘버찌’다. 벚나무는 말 그대로 버찌가 열리는 나무다.
버찌는 앵두를 닮았다. ‘앵두 앵(櫻)’ 자가 ‘벚나무 앵’ 자로도 쓰이고, 버찌를 ‘앵실(櫻實)’로도 부른다. 하지만 붉은빛의 앵두와 달리 버찌의 색은 검다. 그래서 달리 이르는 말이 ‘흑앵(黑櫻)’이다. 그러나 앵실과 흑앵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버찌라는 말도 어린아이나 청년층은 낯설어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버찌는 익숙한 과일이다. 그 이름을 달리 알고 있을 뿐이다. 바로 ‘체리(cherry)’다.
버찌와 체리는 같은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체리를 벚나무의 열매로 뜻풀이해 놓고 있다. 다만 버찌 중에서도 주로 양벚나무나 신양벚나무의 열매를 체리라고 하는데, 굳이 버찌와 구분해 쓰자면 ‘서양 버찌’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체리와 버찌가 같은 말인지 모르고, 체리는 고급 과일이자 건강 식재료로 여기면서 버찌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듯하다. ‘우리 것’이 홀대받는 느낌이다.
벚꽃이 지고 있으니 이제 곧 새콤달콤한 버찌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벚꽃이 지면 못 먹게 되는 먹거리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다의 우유’ 굴이다. 굴의 제철은 9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이후 수온이 올라가면 굴에 패독(貝毒)이 축적돼 이를 먹을 경우 탈이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부터 우리나라에선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고, 일본엔 ‘벚꽃 구경이 끝나면 인스타 팔로워 굴을 먹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 서양에서도 라틴 문자 R이 들어가지 않은 달인 5~8월엔 굴의 섭취를 피해 왔다.
그러나 끝물인 이때에 가장 맛있다는 굴도 있다. 섬진강 하구 등지에서 자라는 ‘벚굴’이다. 서너 개가 한데 자라는 모습이 물속에 핀 벚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벚꽃이 필 무렵에 맛이 가장 좋아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벚굴은 바다와 만나는 강에 서식해 ‘강굴’로도 불린다. 다만 벚굴과 강굴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고, 벚굴만 우리말샘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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