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자두청년’을 떠나보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5회 작성일 24-04-19 09:29본문
농촌에 살러 들어간 청년들은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들 입을 모았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사고도 많고, 좁은 지역사회에서 쉬쉬하며 넘어간 일도 적지 않았노라며. 그렇게 자두청년은 지난 3월8일 끝내 생을 놓고 말았다. 향년 29세였다.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의 수장을 맡는 것은 지역 정치인으로 가는 기초발판이다. 청년단체나 봉사단체들은 행정과 지역 정가와 두루 관계를 잘 맺어야 함은 불문율.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단체의 역량을 사적으로 동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운영의 투명성 문제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단체가입 하지 말고 혼자 잘 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농촌으로 ‘굴러온 돌’, 그것도 젊은이가 뿌리 뽑히지 않고 ‘박힌 돌’로 살아가려면 영향력 있는 조직에 적을 두는 것은 생존의 기술이다. 이런 단체들은 지원사업의 거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정보와 자원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촌에서 젊은이들은 드문 인적자원이어서 온갖 단체가 가입을 강권한다. 대면사회의 성격이 강한 곳에서 거절도 쉽지 않다.
지역소멸 위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을 불러 모으려 사활을 걸고, 정부도 잘하는 곳은 더 밀어주는 분위기여서 지역 간 경쟁도 붙는다. 과소화 지역에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람을 데려오겠다는 경쟁이 나쁜 게 아닐뿐더러 개중 발군의 성과를 내는 곳들도 있다. 대도시로 떠나는 지역 청년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반대로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도 있고, 이들의 농촌 정착을 잘 도울 수만 있다면 훌륭한 일이다.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어서 일정기간 살아보고 결정하는 ‘살아보기 프로젝트’도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 정보가 부족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일은 때로는 위험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빚더미에 앉기도 하고, 지역에서 상처를 받고 다시 떠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시혜와 비난을 넘어
검사와 의사
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은 어디?
주민등록 이전만 해주어도 반가운 마당에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청년 귀농인은 얼마나 더 귀했겠는가. 아무리 사양산업이라 해도 농업은 여전히 농촌의 주요 산업이며 지역을 굴리는 힘이다. 하여 미진하나마 청년에게만 특화된 농지임대나 보조금 제도도 있고, 스마트 농업기술을 배우고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청년 농업인’의 타이틀만 달면 관련 예산을 신청하기도 수월하다. 게다가 각종 언론에 성공사례로 오르내리기 좋아 지역 홍보에도 보탬이 된다. 이는 고스란히 지역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정치인들의 치적으로 남아 선거운동 자료로 쓰인다.
청년귀농이 프리미엄이 붙으니 이들에게 꽃을 든 청년, 지역의 화동 역할도 주어지곤 한다. 농사 열심히 짓고 농산물 가공 판매와 체험농장에도 관심이 많았던 자두청년은 이런 역할에 딱 맞는 이였다. 매체에 지역의 대표 청년농업인으로 종종 등장하고, 이웃마을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좋은 평판을 받았던,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아내자니 알량한 단체의 권력이어도 충성을 바쳤고 악착같이 피가 빨렸다. 이 사건이 특정 지역의 악덕 선배를 잘못 만난 자두청년만의 불행이겠는가. 어딘가에 있을 포도청년, 사과청년이 위태롭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