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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오케에서 만난 야쿠자와 학생···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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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2회 작성일 24-04-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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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 중학교 합창부 부장인 오카 사토미는 합창대회 중 묘한 시선을 느낀다. 누군가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것 같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처음 보는 남자가 활짝 웃으며 다가와 말한다. 가라오케 가자! 남자가 건넨 명함에는 ‘4대 마츠리바야시 우두머리 보좌, 나리타 쿄지’라고 쓰여있다. 야쿠자란 뜻이다. 무서워 벌벌 떠는 사토미에게 그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한다. 노래 잘하는 법 좀 알려줄 수 있냐?
와야마 야마의 만화 <가라오케 가자!>는 야쿠자인 쿄지가 보스가 주최하는 가라오케 대회를 앞두고 중학생 사토미에게 노래 강습을 받는 이야기다. 느긋해 보이지만 노래를 못했을 때 받는 ‘문신 벌칙’만은 피하고 싶은 40대 야쿠자, 야쿠자에게도 냉정하게 가성이 꼴불견이라고 지적하는 10대 중학생의 이야기는 2021년 출간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며 영화로도 제작됐다.
<가라오케 가자!>의 후속인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상(上)권이 문학동네에서 지난 1일 출간됐다. 15일 기준 만화로는 드물게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 중이다. 팬 사인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와야마 야마 작가를 지난 6일 인터뷰했다.
시리즈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다. <가라오케 가자!>에서 둘은 삼촌과 조카 내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 같다. 쿄지는 ‘직업과 달리’ 장난기가 많고, 사토미는 시니컬하다. 전형적인 브로맨스 같던 분위기는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서 사토미가 성인이 되며 사뭇 달라진다. 사토미가 쿄지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20대 대학생이 된 사토미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닌다. 쿄지와는 가끔 만난다. 쿄지는 몇 개월씩 연락이 없다가 불쑥 나타나 비싼 밥을 사고 사라진다. 사토미는 그런 쿄지가 못마땅한데, 계속 생각나고, 괜히 서운하다. 자기는 힘들게 일해도 얼마 못 버는데, 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준 시계가 1800만 원짜리라는 사실에도 화가 난다. 사토미의 단조롭지만 평온한 일상은 쿄지를 떠올릴 때마다 균열이 생긴다.
많은 팬들은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냐’며 둘의 관계를 로맨스로 해석한다. 하지만 BL(Boy’s love·남성 동성애를 다룬 장르)이라고 하기에는 둘이 같이 나오는 장면 자체가 극히 적다. 사토미의 감정은 그 나이 때 겪을 법한 혼란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둘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내가 탄생시킨 캐릭터이긴 하지만 나도 제3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보고 있다. 아직은 둘이 어떤 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독자들도 여러 상상을 하면서 봐주면 좋겠다.
캐릭터를 먼저 만든 뒤 그 마음을 상상해가며 내용을 풀어내는 것은 그만의 작업 방식이다. 처음부터 사토미가 쿄지에 대해 호감을 갖는 이야기로 생각하진 않았다. 나도 그리면서 사토미의 마음을 깨닫는 면이 있다.
작가가 처음 생각한 쿄지의 직업은 조폭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였다. 조폭이 교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구상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직업을 야쿠자로 바꾸고 야쿠자와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존재인 ‘중학생’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지금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쿄지의 비주얼 모델은 일본 배우 나가세 토모야다. 사토미의 모델은 따로 없다.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의 결말은 이미 정해둔 상태다. 작가는 결말에 대해 독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기대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집에 만화책이 많았다는 그는 고3 때 진로를 정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 사이에서 고민하다 만화가를 택했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한 뒤 2019년 <빠졌어, 너에게>로 데뷔했다. 이 만화로 제24회 데즈카오사무 문화상 단편상을 수상했다.
잔잔하면서도 코믹한 일상물을 주로 그리는 그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는 의외로 일본 공포만화의 대가인 이토 준지다. 이토 준지의 그림체를 좋아해 따라 그리곤 했다. 내 만화가 내용은 밝은데, 그림만 봤을 땐 호러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온갖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 그가 꼽는 만화의 매력은 이렇다. 드라마, 영화는 감독이나 배우 등 여러 사람의 매력이 합쳐진 결과지만 만화는 한 사람이 창출해내는 세계다. ‘작가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인스타 팔로우 구매 것이 만화다. 일상에서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런 것을 한순간이라도 잊고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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