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기고]뒤숭숭한 연구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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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3-29 22:08본문
정부는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기업 등에 본격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관련 예산을 늘려왔다. 작년 2월 발표된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서도 매년 정부 총지출의 5%씩 R&D 예산을 증액해서 5년간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채 1년이 되지 않아 전례 없이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이니 연구현장에서 연구자와 학생들이 느끼는 혼란과 허탈감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학의 경우 봄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연구실의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연구비가 10~20%씩 일괄 삭감된 연구실은 부족한 연구비를 메우기 위해 신규과제를 찾아 예정에 없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하다. 연구비가 70~80%씩 삭감되거나 아예 과제가 중단된 연구실에서는 연구원과 학생, 행정인력의 인건비 삭감을 통보해야 하고 누군가는 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떠나야 한다.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생연구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생과는 거리가 있다. 친구들이 석사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할 때 연구자의 꿈을 품고 적은 월급에 만족하며 연구실에서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가장들이다. 연구환경이 좋다는 해외 대학으로 나가지 않고 지도교수 옆에 남아 화학약품들로 인해 쾨쾨하고 위험한 실험도구들이 있는 연구실로 매일 출근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학생인건비는 용돈이 아니라 생계를 꾸려가는 식비이자 주거비다.
연구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를 이어서 연구를 이어갈 새로운 석·박사생을 받을 수 없고, 아직 숙련되지 못한 과정생들을 조기에 졸업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수행 중이던 과제의 1단계 연구결과가 예상보다 좋아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그래서 2단계 연구에서는 연구비가 많이 드는 임상시험을 통해 꼭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는 연구자에게 할 수 있는 얘기는 많지 않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과제를 계속하실 것인지 확인하고 확인이 되면 과제를 중단하거나 연구목표를 변경하는 행정절차를 설명드리는 것이 전부다.
현장에서는 학문 후속세대인 젊은 연구자와 학생들의 이탈을 막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초연구만이라도 추경을 통해 계속과제 예산을 복구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차제에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도전적인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를 놀라게 할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연구기관과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공동연구를 추진하자면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봄이 다 가기 전에, 연구를 사랑하고 연구자를 사랑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상투어가 되어버린 말들. 당연하게 받아 누려 온 역사들. 이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와 마음을 때리는 일은 언제, 왜 일어나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을 떠난 사람들을 향한 약간의 미움이 있었다. 나를 버리고 더 좋은 세상으로 떠난 당신…. 막상 나가보니 실상은 달랐다. 오래전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는 독립운동의 자금줄이었고 광부로 또 간호사로 독일에 도착한 이들은 민주화 운동을 다방면으로 도운 사람들이었다. 국내에 있을 때는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았는데 밖에서 보니 이들의 발자취가 형형히 빛난다.
최돈미 시인이 그렇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작년 3월 베를린에서였다. 비무장지대(DMZ)를 소재로 한 그의 책 가 독일어로 번역되어 이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최돈미 시인은 1972년 당시 10세의 나이로 한국을 떠났는데 기자였던 아버지가 당시 시대적 상황에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김혜순 시인의 시를 번역해 영어권 독자에 소개해왔다. 그가 번역한 김혜순 시인의 <날개환상통>은 올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는 202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그는 스스로 추방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추방당한 사람. 다른 언어나 문화로 들어가보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이들 덕분에 나는 세계를 또 다른 관점에서 볼 기회를 얻는다.
삼일절에는 영어로 번역된 3·1 독립선언서를 레바논 친구와 나눴다. 삶의 경로에서 레바논 내전을 그대로 통과하고 현재는 베를린에 머무는, 모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희망이 없다고 반복해서 말하던 친구였다. 독립선언서에는 일제강점기 한복판에서 스스로 독립을 선언한, 총칼 앞에서도 비폭력 평화운동을 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친구는 선언문이 지금의 세계와, 또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 인도와 이집트, 튀르키예 등에 영향을 주었다.
3월8일 베를린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1만여명이 거리로 모인 시위 역시 초국가적이었다. 시위를 주최한 국제 페미니스트 동맹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정작 독일인은 소수이고, 각 국가를 대변하는 단체가 있는데 국가와 상관없이 로힝야 난민과 쿠르드족처럼 난민과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단체도 있다. 한국 협회 산하 기관인 액션 그룹 ‘위안부’(AG ‘Trostfrauen’) 역시 한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콩고, 필리핀 등의 구성원과 함께한다.
사람들이 들고온 팻말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모두가 자유로울 때까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팔레스타인 여성 곁에 서는 중국 페미니스트들 과거, 현재, 그리고 언제나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아시안들 우리 몸에서 손 떼, 우리 땅에서 손 떼 가자에서 2만5000명의 여자와 아이들이 죽었다. 분노는 어디에 있는가?
스친 이들의 무심한 온기
봄의 두 얼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우리는 아직 애도하지 못했다
내게 가장 낯선 행렬은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이 모인 행렬이었다. 팻말에 붙은 이름들은 전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많은 수가 환경, 인권, 평화를 위해 싸우다 암살당한 여성 활동가였다. 브라질의 인권 운동가 마리엘 프랑코, 온두라스의 환경 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 과테말라의 여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 페루의 환경운동가 막시마 아쿠냐….
한국어로 쓰인 적이 많지 않았을 이름들. 이러한 이름을 배워가며 나는 겸허해진다. 누군가는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 전 생애를 걸고 싸운다. 그걸 알아차릴 때마다 세상은 증오뿐 아니라 어쩌면 더 큰 사랑으로 세워졌음을 배운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이 흐름 안에 있으며, 이 흐름은 국경을 넘어 이어진다. 그걸 기억하자면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도 감히 혼자라고 말할 수 없을 듯하다.
전 세계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 외에 지역 사무소 4곳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ICC가 아시아·동유럽·아프리카·남미 등 4개 지역에 사무소를 신설하고 비회원국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중 아시아 지역 사무소 후보지로는 한국과 일본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유력한 후보지라며 일본 정부가 ICC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달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재판관이 신임 소장으로 선출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은 ICC에서 6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진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소장을 지냈다.
ICC가 지역 사무소 설치 논의를 시작한 배경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쳤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집단 학살과 전쟁 범죄 등에 관련된 개인을 기소하는 ICC가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선 회원국 협력이 필요하다며 우호국을 배려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회원국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사무소가 국제법에 정통한 인재를 육성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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