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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툰툰한 하루]건강한데 문화적이기도 한 ‘최저한도의 생활’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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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4-03-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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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서 먹고 삽니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의 재산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말이죠. 그런데 살다보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갑자기 크게 다친다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게 됐다거나, 예상치 못한 해고를 당한다거나 하는 상황이요. 가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도 일어나곤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이번주 ‘오늘도 툰툰한 하루’에서 소개할 작품은 가시와기 하루코 작가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문학동네)입니다.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입니다.
요시쓰네 에미루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입 공무원입니다. 첫 근무지는 복지사무소 생활과. 생활과의 주요 업무는 ‘생활 보호’ 관리입니다. 일본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모든 생활에 대하여 사회 복지, 사회 보장 및 공중 위생의 향상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생활 보호는 이 헌법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생활과 직원들의 임무는 생활 보호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에미루에게는 110세대가 배당됩니다. 이 파일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제각기 다른 인생이 있습니다라는 선배의 말은 에미루에게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지원’이라는게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인스타 좋아요 구매 게 아닙니다. 생활 보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입니다. 대상자들에게 구직을 독려하고, 무엇보다 이 사람에게 ‘정말 이 보호비가 필요한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상사는 구의 재정이 긴박한 상황에서 생활 보호비만 증가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대상자들 중 일 할 수 있는 상태인 사람들은 꼭 일을 하도록 만들라고 에미루와 동료들을 압박하죠. 에미루는 자기가 맡은 대상자들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어른이 된 뒤에 타인의 집에 들어가 본 경험이 많으신가요? 어릴 때 친구 집에 밥먹듯 드나들던 어린이도 어른이 되면 남의 집에 갈 일이 적어집니다.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때론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도요.
에미루는 어느날 갑자기 자살한 생활 보호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에미루에게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없으니 죽겠다’는 예고 전화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냥 입버릇’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날 그가 근처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당황한 에미루에게 동료는 ‘솔직히 관리해야 할 건수 하나 줄어서 좋은 거 아니야’ 라는 말을 건넵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대상자의 집을 찾은 에미루. 집 문을 여는 순간, 살아있을 때는 ‘처리해야 할 케이스 1건’에 불과했던 그가 비로소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집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살았던 사람. 낡은 상자에 업무 관련 서류를 가지런히 꽂아놓던 사람. 벽에 큼지막한 산 포스터를 붙여놓고 지낼만큼 산을 좋아했던 사람.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과거 사진에서는 누구보다 활짝 웃었던 사람으로요.
제64회 쇼가쿠칸 만화상 일반 부문 수상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초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으로 2권까지 출간됐고, 3권도 나올 예정입니다. 2018년에 일본에서 10부작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는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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