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채 상병 순직 사건’ 연루자들 공천·영전…수사 뭉개고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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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4-03-13 04:26본문
‘외압 의혹 폭로’ 박정훈 대령보직 해임·‘항명’ 혐의 재판
지난해 발생한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사건 핵심 연루자들의 근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조치되고 조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10일 출국하면서다. 당시 수사책임자로서 외압 의혹을 고발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반면, 의혹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들은 총선 후보 공천을 받거나 진급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외압 의혹의 윗선을 겨냥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대사 임명, 승진에 공천까지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모두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되거나 당시 보고 라인에 있어 공수처에 고발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피의자 신분인데도 총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로 단독공천을 받거나 진급했다.
이 전 장관은 박 전 수사단장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핵심 피의자인데도 주호주대사에 임명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월 공수처가 국방부를 압수수색할 무렵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아왔지만,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이런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법무부는 8일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돼 왔다면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이 지난 7일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그가 출국해 주호주대사로 부임하면 수사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그는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2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2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피의자 신분인데도 ‘영전’한 사례도 있다. 해병 순직 사건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한 임기훈 육군 1군단 부군단장(육사 47기)은 지난해 11월 신임 국방대 총장을 맡으면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당시 육군 준장)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박 전 보좌관의 경우 지난 1월 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주요 피의자들은 모두 유임됐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대통령)가 격노했다고 박 대령에게 말한 것으로 지목됐다. 임 전 1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의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외압 폭로자만 불이익
반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은 인사상의 징계에 이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항명’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이 전 장관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넘겼다며 지난해 8월2일 그를 보직에서 해임했다.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은 같은 이유로 박 대령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0월6일 불구속 기소했다.
박 대령 항명 사건 첫 공판은 지난해 12월7일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렸다. 지난 2월1일 2차 공판에 김 사령관이 출석한 데 이어, 오는 21일 3차 공판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이윤세 해병대 공보실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과 국방부의 박진희 당시 장관 군사보좌관, 허태근 국방정책실장, 전하규 대변인,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도 군 검찰 측 증인으로 신청돼 있다.
박 대령 측은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이 사건의 본질인데도 군 검찰이 대통령실 개입 의혹 등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군 검찰은 박 대령 항명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지목된 이 전 장관을 조사하지 않았고, 국가안보실 관계자나 임 전 사단장의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기에 앞서 4시간가량 대면 조사를 벌인 것 외에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전날 주호주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수사가 작년 9월쯤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 전 장관이) 수사에 관해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주라는 나라가 국방 관련 외교 현안이 많은 나라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인사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거 외에 특별히 더 아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인선을 발표했다. 지난 6일에는 공수처가 지난 1월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최근까지 기간을 연장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조사를 받았고, 법무부는 지난 8일 공수처 반대에도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해외 도피시켰다’며 총선을 앞두고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야권의 정권심판론 재점화 불씨인 셈이다.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위 레벨까지 모두가 다 이렇게 직위 해제당하는 세태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관련이 없는 분들까지 다 그렇게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법무부에서 출국금지가 여러 차례 연장돼 오고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했었던 상황이었다며 법무부에 정식으로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이의 신청했던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호주가 우리와 군사 협력 면에서 중요한 국가라며 그래서 전략적으로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된 것이다. 이 자리를 계속 무작정 비워둘 수는 없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호 대변인은 그렇게 핵심적인 피의자라면 6개월 동안 왜 한 번도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며 이 전 장관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국회에 출석했을 때는 특정인을 (이첩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것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것을 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호 대변인은 전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이 전 장관 출국 저지를 시도한 것과 관련해 선거 운동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지금 (공천 파동) 출구를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이것을 꺼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해 추후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총선 내내 물고 늘어져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때는 이때다’ 싶은 간악한 꼼수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며 또 등장한 습관성 탄핵소추 남발은 단지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임을 증명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 전 장관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기회로 삼고 반등을 위한 정쟁거리 불쏘시개로 사용하려 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 전 장관 도피 논란 차단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2년 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 남성들이 군과 관련된 이번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표를 탈탈 털어모았는데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득표율이) 1%포인트 차도 나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을 끌고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구 공천 과정의 갈등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에 4·10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각종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출국하는 정권발 악재에다 조국혁신당의 부상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이념 문제만 강조해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미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들의 문제적 언행이 거듭 불거져 당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 수도권에 지명도 높은 외부 인사를 공천했지만 지역에 녹아들지 못해 당 지지율만큼 지지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야당들은 12일에도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도피성 출국’으로 몰아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가 조직적으로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해외 도피를 도왔다며 ‘이종섭 특검법’을 제출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이 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의 책임을 물어 윤 석열 대통령과 외교부·법무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전날 런종섭이라고 비판하는 등 다른 야당들도 이 대사 이슈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는 이날 이 대사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 대사 이슈가 커질수록 ‘윤석열 대 반윤석열’ 전선이 선명해지고, ‘윤·한 갈등’ 이후 애써 억제해 온 정권심판 프레임이 되살아나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고, 여당 총선에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 2000명 대 의사들 0명’의 평행선 대치가 장기화하고, 이날 서울대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격화일로로 치닫자 국민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당 내에서도 (의사 등) 특정 집단을 악마화해서 좋을 일은 없다(김웅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취임 후 여권의 미래 주자로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층을 여당으로 결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에서 사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당 지지율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총선 본선을 앞두고도 ‘이재명 때리기’와 ‘종북 청산’ 등 이념적 구호에 머물면서 중도층 확대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나경원·안철수 후보 등 수도권 유력 인사들을 넣은 것도 중도층 확대로 모드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판세가 여당에 상당히 좋은 상태였는데 윤 대통령이 이 대사 건을 무리하게 처리하면서 최대 위험 요소가 됐다라며 검찰에 핍박받은 서사를 가진 조국의 시간이 도래하면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약해지고 ‘조국 대 윤 대통령’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출마자들의 언행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리스크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지난달 27일 지역구 소방공무원 등과 함께 ‘축 당선’이라고 적힌 케이크를 놓고 사실상 당선 축하파티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무료 마술쇼를 제공한 혐의로 충북선관위에서 고발을 당했다.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알려진 데 이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글 다수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성민 의원(울산 중)은 지난 1월 의정보고회에서 (지난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내가 사양 했는데 (대통령이) 몇 번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등 윤 대통령과 친분을 강조한 녹취록이 이날 공개됐다.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3일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한 위원장이 문제적 언행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수도권에서 연고가 별로 없던 지역에 유력 인사나 영입 인사를 단수·전략 공천한 사례가 많아 해당 지역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진 의원(서울 서대문을),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 등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는 것을 두고 지역에 밀착할 시간이 짧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좌절된 인사들이 당의 낙하산 공천에 반발해 적극적으로 후보를 돕지 않으면서 결집력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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