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시신 나뒹굴어”…아이티 ‘갱단 폭력’ 최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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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58회 작성일 24-03-13 17:47본문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 시신 타는 냄새가 풍기며 악취가 진동한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장례가 어렵기 때문에 거리에 놓인 시신들이 수습되지 않고 길바닥 위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병원에는 시신을 수습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갱단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어 병원 직원들도 함부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거리에 있는 시신을 직접 옮기거나 불태우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내가 목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천으로 덮인 시신들 모습과 개들에게 시신이 먹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전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인스타 팔로워 케냐를 방문한 사이 갱단들은 지난 2일 교도소에서 수감자 4000여명을 탈옥시켰고,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폭력사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날엔 대통령궁과 내무부 청사를 비롯한 주요 정부 기관들이 공격당하면서 경찰과 갱단들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국가의 공공서비스는 거의 마비 상태다. 학교·은행·병원 등 대부분의 공공 시설이 문을 닫았고, 최소 12개의 경찰서에 갱단이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아이티 주민 1100만명 중 절반가량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또 갱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가로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현재 집에서 굶주리고 있으며, 갱단이 동네를 장악하고 있어 물을 구하러 가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곧 모든 것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깨끗한 식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콜레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공항과 항구가 갱단의 공격으로 봉쇄되면서 식량과 보급품 전달이 어려워져 굶주림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이 극도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아이티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지진으로 22만명이 사망했지만, 당시엔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대응과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아이티 주민들은 국내외에서 아무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아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케냐를 방문했던 앙리 총리는 지난 5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했으나 아이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갱단은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인근 국가들도 그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총리실은 앙리 총리가 사임을 거부하고 아이티로 귀국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갱단 폭력에 맞서기 위해 국제군을 배치해달라는 앙리 총리의 요청에 국제사회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 지도자들은 아이티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회의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브라질, 유엔도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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