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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열전]하늘의 포유류 ‘발톱 박쥐’도 못 뚫은 기후변화 ‘생태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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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4-03-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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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오니코닉테리스
박쥐만큼 억울한 동물은 또 없을 거다. 낮쥐밤새와 뱀파이어라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낮쥐밤새는 이솝우화에서 시작됐다. 날짐승과 들짐승이 숲에서 패권 다툼을 할 때 박쥐는 날짐승이 우세해 보이면 날짐승 편에 서고, 들짐승이 우세해 보이면 들짐승 편에 서다가 결국에는 날짐승과 들짐승 양쪽에서 쫓겨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박쥐가 코에 달린 열 센서로 혈관을 찾아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병을 옮긴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흡혈박쥐가 있기는 하다.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적도 지방에 세 종의 흡혈박쥐가 산다. 그 외 지역에는 흡혈박쥐가 없다. 거의 모든 유럽인들이 흡혈박쥐를 접해보지도 못한 1734년 옥스퍼드 사전에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실렸다는 것은 인간들이 박쥐를 근거 없이 싫어했다는 뜻일 게다.
최근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극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런데 박쥐는 가장 성공적인 포유류 가운데 하나다. 현생 박쥐는 박쥐목 아래 21과 1421종이나 된다. 포유류가 28목 153과 5400여종인 걸 생각하면 그 다양성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포유류 네 종 중 한 종은 박쥐인 셈이다. 다양성이 크다는 것은 온갖 생태계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모든 곳에 살고 있다(설치류는 2000종이 넘으며 전체 포유류 종의 40%를 차지한다. 당연히 박쥐보다 더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앞발가락 다섯 개 모두 발톱 있고현생 박쥐보다 뼈 단단, 골격 독특고주파 반향탐지 기능 매우 원시적
역사상 가장 따뜻한 에오세에 출현곤충 먹이 충부, 3차원적 서식 가능다른 감각에 의존하며 먹이 활동
에오세 말기 추워지며 생태계 급변반향정위 기능 갖춘 새로운 종 출현먹이 경쟁에서 밀려나며 결국 멸종
박쥐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사는 곳이 광범위한 포유류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박쥐가 이룬 혁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 그리고 반향정위(反響定位·echolocation) 능력을 가진 유일한 육상포유류가 된 것이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활공하는 포유류는 있다. 하늘다람쥐 같은 것들이다. 박쥐는 활공이 아니라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비행한다.
동물이 입이나 콧구멍으로 음파를 발사해, 그 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물체와 자기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거나 물체의 형태를 구분하는 것을 반향정위라고 한다. 반향정위 능력이 있는 포유류는 고래류와 박쥐류뿐이다. 둘 다 포유류로서는 낯선 서식지, 즉 바다와 하늘을 택한 동물이다.
발톱 박쥐, 오니코닉테리스
박쥐의 진화를 이해하는 것은 수백만년에 걸쳐 동력 비행과 반향정위 같은 복잡한 특성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의 큰 관심사였다. 박쥐의 비행능력과 반향정위는 어느 것이 먼저 생겼을까? 아니면 동시에 발생했을까? 박쥐 화석은 5000만년에 걸쳐서 발견되었지만 박쥐의 진화를 풀어줄 만한 화석은 없었다.
그 실마리를 풀어줄 논문이 2008년 2월 ‘네이처’에 실렸다. 5250만년 전 미국 와이오밍주의 초기 에오세 그린리버 지층에서 2003년 발견된 화석 박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원시 박쥐 중 하나다. 화석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해서 골격 구조와 날개 형태 같은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여 원시 박쥐가 어떻게 날았는지, 어떻게 주변 환경을 탐색했는지 밝혀낼 수 있었다.
화석 박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박쥐보다 훨씬 원시적이고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와이오밍 에오세 지층의 박쥐 화석에서 가장 눈에 띈 특징은 발톱이었다. 현생 박쥐는 대부분 엄지에만 발톱이 있으며 일부 종만 검지에도 발톱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새로 발견한 화석 박쥐에게는 앞발가락 다섯 개 모두에 발톱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그 박쥐에게 오니코닉테리스 피네이(Onychonycteris finneyi)라는 학명을 붙였다. 속명 오니코닉테리스는 발톱과 손톱을 뜻하는 오니코(onycho-)와 박쥐를 뜻하는 닉테리스(-nycteris)에서 왔으며 종명 피네이는 화석을 처음 발견한 보니 피니(Bonnie Finney)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발톱 박쥐’ 정도가 될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독특한 골격구조였다. 오니코닉테리스는 현생 박쥐의 가벼운 뼈와 달리 더 단단한 뼈를 가졌다. 또 현생 박쥐가 길쭉한 팔다리와 발가락으로 얇은 날개막을 지지하여 효율적으로 비행하는 것과 달리, 오니코닉테리스는 팔다리와 발가락이 짧아 비행 효율이 낮았다.
오니코닉테리스에게도 날개가 있었지만 날개는 더 짧고 넓었다. 펼친 양 날개의 길이가 30㎝로 짧은 편인데 폭은 길이의 1.7배로 넓다. 현생 박쥐가 활공 비행을 통해서 고도의 기동성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히려 새와 더 비슷하게 펄럭이는 날갯짓과 활공을 번갈아 했을 것이다. 활공과 동력 비행 사이의 진화적인 중간체인 것이다. 현생 박쥐가 공중 곡예를 하는 비행사라면 오니코닉테리스는 겨우 비행 면허를 딴 수준이었다.
세 번째 특징은 반향 탐지 능력과 관련된 귀 형태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고 복잡한 귀와 고주파 소리를 내기 위한 특수한 후두 구조가 특징인 현생 박쥐의 반향정위 시스템과 달리 오니코닉테리스의 귀는 작고 단순했다. 목구멍에 있는 붓유리질뼈가 두개골의 귀 부위와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원시적이다. 이것은 오니코닉테리스가 반향정위 능력이 없었거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매우 원시적이었음을 말한다. 오니코닉테리스는 반향정위 대신 다른 감각에 의존하여 먹이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비행이 먼저 발생하고 반향정위는 나중에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생 박쥐의 꼬리와 뒷다리 사이에 걸쳐 있는 꼬리막은 박쥐의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꼬리막은 몸의 표면적을 넓혀서 비행 중 공기역학적 효율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비행하게 해준다. 급회전, 급정지, 곡예비행 조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서 초목을 헤치고 장애물을 피하며 먹이를 잡을 수 있다. 또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기 위한 그물 역할을 하기도 한다. 꼬리막은 공기의 흐름 변화를 감지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구애 활동에도 쓰인다. 그런데 오니코닉테리스에게는 이 꼬리막이 없다.
팔레오세-에오세 열 최대기
오니코닉테리스는 현생 박쥐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라지만 비행 능력을 가졌다. 그 어떤 포유류도 가지지 못한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왜 발생했을까? 우리는 당시 환경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한다. 에오세는 신생대의 두 번째 시기다. 6600만년 전 시작된 신생대의 첫 번째 시기 팔레오세를 이은 에오세는 5600만~3290만년 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화석이 발견된 그린리버 지층은 따뜻한 기후가 특징이었다.
오니코닉테리스가 발생한 에오세에는 온난화 추세가 나타나 팔레오세-에오세 열 최대기(PETM, 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에서 정점을 찍었다. 에오세 초기는 공룡이 멸종한 이후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한 시기였다. 온실 기후가 형성되어 극지방에도 만년설이 없고 지구 대부분이 울창한 숲으로 덮였다.
에오세 초기 환경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번성하게 되었다. 따뜻한 기후와 넓은 숲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곤충에게 다양한 생태 틈새를 제공했다. 에오세 초기의 생물 다양성은 중생대 백악기 말 멸종사건(다섯 번째 대멸종) 이후 화석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이때 포유류는 급격히 다양해졌다. 이 시기에 말, 고래, 영장류의 초기 조상을 비롯한 현생 포유류의 여러 과가 출현하고 확산되었다. 동시에 오니코닉테리스 같은 원시 박쥐 종의 진화가 이뤄졌다.
지구 온난화가 극지방의 얼음을 녹여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훨씬 높았다. 이로 인해 대륙 안으로 얕은 바다가 형성되면서 당시 생태계는 더욱 다양해졌다. 얼음이 없고 숲이 우거진 지형은 평생 땅바닥에 살던 포유류에게 비행이라는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때 등장한 오니코닉테리스에게 비행의 진화에 도움이 되는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으며 3차원적인 서식지 환경이 제공되었다. 땅바닥이 아니라 공중으로 올라가 은신하면서 얼마든지 먹이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니코닉테리스는 짧고 넓은 날개로 숲이 우거진 환경에서 기동할 수는 있었지만 현생 박쥐처럼 오랫동안 민첩하고 빠른 속도로 먹이를 추적하지는 못했다.
현생 박쥐와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별다를 바 없는 오니코닉테리스의 이빨은 에오세 숲에 풍부했던 곤충을 먹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니코닉테리스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또는 땅에서 곤충을 채집할 수 있었다. 채집에는 빠른 비행이 필요 없었고 울창한 숲에는 곤충이 많았다. 물론 비행 중인 곤충을 잡을 수도 있었다. 오니코닉테리스는 반향정위 기능이 있는 현생 박쥐처럼 능숙하지는 않아도 열린 공간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먹이를 비행 중 가로챌 수 있었을 것이다.
오니코닉테리스는 서식지 안에서 곤충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귀의 형태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정교한 반향정위 기능이 없었으므로 오니코닉테리스는 현생 박쥐와는 달리 다른 감각에 의존하여 먹이를 탐색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생 박쥐와는 달리 빛이 풍부한 낮에 주로 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행성 경향이 경쟁과 포식자가 적은 생태 틈새를 이용하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위한 핵심적인 적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니코닉테리스가 초저녁과 새벽 같은 전환기에도 활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기후변화
오니코닉테리스가 살던 시기는 기후 변동이 심했다. 팔레오세-에오세 열 최대기를 겪은 후 에오세 말기로 갈수록 점차 추워졌다. 기후변화는 오니코닉테리스의 서식지 생태계를 극적으로 바꿨다. 숲이 차갑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니코닉테리스가 차지했던 생태 틈새가 줄어들었다. 은신처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면서 생존이 더욱 어려워졌다.
생태계가 변하고 진화에 성공한 새로운 박쥐 종이 등장함에 따라 오니코닉테리스는 자원을 찾기 위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새로 등장한 박쥐 종은 반향정위라는 멋진 장치를 장착하고 있었다. 전통 어선이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어선과 경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반향정위 기능을 갖추지 못한 오니코닉테리스는 먹이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고 멸종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다. 반향정위 기능을 갖춘 현생 박쥐가 진화하여 우리 생태계를 풍성하게 지켜주니까 말이다. 박쥐는 하늘을 나는 쥐일까? 박쥐는 쥐와 먼 관계다. 오히려 원숭이와 사람 같은 영장류에 가깝다. 너무 미워하지 말자. 오히려 우리는 박쥐의 혁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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