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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건폭몰이 1년, 건설노동자 3명 중 1명 노조 떠났다[건설노동자 분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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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4-05-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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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소속으로 4년간 철근팀장으로 일했던 강철원씨는 지난해 8월 노조를 탈퇴했다. 강씨 역할은 건설 현장을 돌면서 팀원들 일감을 따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노조원은 고용하기 어렵다는 말을 업체 측으로부터 듣기 시작했다.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기였다.
지난해 5월부터는 일감이 뚝 끊겼다. 같이 일하던 팀원 13명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지내던 소장에게 통사정했다. 소장은 노조 탈퇴 증명서를 요구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막막했다. 다른 노조원들이 조금만 더 버텨보자며 만류했지만 강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강씨는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기자와 통화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려고 노조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생계에 떠밀려 ‘삶’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 세종·평택·동탄 등을 돌며 일용직으로 일한다.
강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년간 건설노조원 3명 중 1명이 노조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원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건설노조 노조비 납부비 내역을 보면 노조비 납부자는 지난해 3월 7만900명에서 지난 3월 4만9882명으로 1년 새 약 30% 줄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노조원 감소 폭이 컸다. 수도권북부지역본부 노조원은 지난해 3월 1만348명에서 지난 3월 4866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수도권남부지역본부 노조원도 같은 기간 1만3698명에서 7491명으로 줄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2017년 이후 노조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며 작년과 같은 감소는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건설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가 결정타로 보인다고 했다.
노조 운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건설노조 경인지부는 노조 활동비를 20% 줄였다. 조합원 복지기금도 집행을 중단했다. 사무실 운영비를 줄이려고 새 사무실을 알아보거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지부도 있다. 어광득 건설노조 경인지부 사무국장은 결국 노조도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지 않나라면서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해고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해 주겠다’고 붙잡을 수가 없겠더라라고 말했다.
근무 방식도 변했다. 팀 단위로 사업장과 교섭해 정해진 공정이 끝날 때까지 일하던 게 그간 관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팀 단위 근무가 해체되고 도급 계약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도급 계약은 주로 물량을 기준으로 맺는다.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어 사무국장은 경인지부의 경우 과거 철근팀 25개, 해체팀 70여개가 있었지만 지금 팀 단위로 일하는 곳은 없다고 했다.
8년간 팀장으로 일해온 박성원씨도 지난해 말 팀을 해체했다. 팀원 20명 중 일부는 노조를 탈퇴했지만 박씨는 남았다. 박씨도 여러 차례 ‘도급 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박씨는 하도급은 단가의 결정권이 고용주에게 있기 때문에 노동자는 철저하게 ‘을’로 일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간을 정해서 일하는 게 아니어서 고용 상태도 불안정하다고 했다.
이같은 변화는 노조의 현장 감시 역할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노조는 현장에 직고용 된 다음 노사협의체가 만들어지면 노동자 대표를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도급 계약은 직고용이 아닌 탓에 건설사가 공기단축 등 무리한 요구를 해도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장은 건설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기 단축이라며 노조 차원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공기를 협상할 수 있지만 도급 계약은 다르다고 말했다. 함 원장은 물량에 따라 돈을 받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량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문제를 제기해도 계약기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다음부터 그만 나오라’고 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철근 누락’으로 논란이 된 인천 검단 아파트도 무리한 공기 단축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물이 새는 건설 현장도 대부분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지키지 않고 ‘빨리빨리’만 강조해 생긴 결과라고 했다. 함 원장은 노조는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단가를 싸게 해서 들어온 미숙련 노동자는 감시 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원 급감 배경에는 건폭몰이 단속이 있다. 경찰은 지난해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겠다며 특진 50명을 포상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2022년 12월부터 약 8개월간 4829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고 148명을 구속했다. 공갈·채용 강요 등의 혐의가 주로 적용됐다. 경찰은 사측의 불법행위도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검거 실적은 0건이었다.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에 발맞춰 무분별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조 간부 문승진씨는 지난해 1월과 3월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노조전임비를 받은 것을 두고 금품 갈취 혐의가 적용됐다. 전임비 지급이 명시된 임금 단체협약 서류를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문씨는 강력계 형사들은 노동활동이나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노조 회의를 열면 인스타 팔로워 ‘공모한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같이 일한 동료들 중에선 여전히 수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는 계속 시달리는 동료를 보면 노조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27년차 타워크레인 기사 이우갑씨도 지난해 2월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관행적으로 받아온 월례비가 문제가 됐다. 경찰은 이씨가 건설사를 협박해 받아낸 돈으로 봤다. 현장 소장이 먼저 제안한 금액이라는 녹취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경찰은 이씨를 금품 갈취 혐의로 송치했다. 검찰의 보완 수사 끝에 지난해 12월 혐의를 벗었다. 이씨는 평생 가본 적 없는 경찰서에서 3시간30분 조사를 받고 나오니 가슴이 콱 막혔다며 수사 받는 기간 동안 일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함을 풀려면 뛰어내려야 하나 고민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경찰은 올해 ‘건폭몰이 시즌2’를 시작했다. 지난달 29일부터 6개월간 건설현장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문씨는 과거 화물연대 사례처럼 지지층이 노조 때리기에 호응을 하니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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