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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없는’ 영수회담…‘주도권 뺏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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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4-05-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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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시간 제한 없는 ‘차담’ 형식윤 대통령 취임 720일 만에야 성사공동합의문 없이 개별 발표할 듯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회담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이다. 윤 대통령이 꺼낼 화두, 이 대표의 요구인 민생회복지원금,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논의 여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4·10 총선 패배 후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과 총선에서 압승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 대표와 만난다. 차담회 형식이고 정해진 의제는 없다.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대표비서실장·진성준 정책위의장·박성준 수석대변인 등 참모가 각각 3명씩 배석한다. 시간은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독대할 가능성도 대통령실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동합의문 발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동이 끝난 후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결과를 각자 발표할 계획이다.
영수회담을 제안한 윤 대통령이 무슨 화두를 꺼낼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720일 만에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는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28일 당대표 선출 직후 줄기차게 영수회담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이 대표를 사실상 ‘범죄자’로 규정하며 한자리에 앉기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영수회담 제안 취지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총선 패배가 회담의 계기가 된 만큼 윤 대통령이 선거 민심에 대해 발언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이 특정 의제와 관련해서는 적극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 26일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의제가 없어서 민주당에 회담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가도 벌써 나왔다. 윤 대통령이 야당에 협조를 요구할 만한 큰 정책 어젠다가 없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런 의제를 던졌는데 이 대표가 생각해보겠다고 하거나 이런 그림이 나오게끔 만들어야 되는데 용산에서 그 머리를 누가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적극 의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총선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과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현금 지원 부정적’ 윤 대통령민생지원금 시행 여부 관심
채 상병·의정 갈등·연금개혁대화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
하지만 윤 대통령은 현금 지원은 취약계층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혔던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도 포퓰리즘은 마약이라고까지 했다. ‘마약’ 문구는 윤 대통령이 직접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현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이번 회담을 계기로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실 분위기다. 다만 야당과의 협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에만 선별 지원하는 카드는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 해법이 논의될 수도 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만약 대통령실에서 (먼저) 그런 얘기를 한다면 이 대표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서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연금개혁도 민생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21대 국회 내에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국정기조 대전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도 주목된다.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석은 민주당과 온도차가 크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이 국정기조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선거 때문에 국정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국민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이라며 국정기조는 그대로 가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기조 대전환의 일환으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를 존중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거부권을 9차례 행사했다. 이 중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법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민주당이 당장 5월 임시국회 내 재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부권을 거대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라고 여겨왔던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자제 요구를 받아들이는지가 협치 의지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한다면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만, 모두 거부한다면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직접 언급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3차례의 준비회동에서는 김 여사 특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면전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명확하게 촉구해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한다는 강경론과 큰 틀에서 거부권 자제를 언급하자는 온건론이 맞서고 있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 정례화 등 앞으로 윤 대통령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김 여사 문제나 사과 등 윤 대통령에게 껄끄러운 이슈에 대한 언급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25일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 요구 의제에 대해 이 대표도 두 분이 마주 앉으시면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 것이라며 에둘러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여·야·정협의체가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주당과 대통령실 모두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협의한 내용을 대통령이 수용하고 정부가 집행하면 되지 굳이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나라며 여·야·정협의체는 대통령이 협치의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여야 회동의 범위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넓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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