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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다 태웠다고 애태우지 말아요…달큼한 불맛 타오르는 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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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48회 작성일 24-04-3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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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꽃은 불꽃이다. 어스름이 지는 저녁 무렵, 자연스럽게 둘러앉은 모두를 사색에 잠기게 하는 ‘불멍’의 대명사 장작불. 천천히 달아올라 끝까지 숨은 열기를 품고 있는 숯불. 비 오는 날 물먹은 장작을 만나면 다이얼만 돌리면 켜지는 가스 불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환기할 걱정 없이 탁 트인 곳에서 날것의 불을 피우는 것에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음식을 요리할 수도 있고 주변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는 열기, 활활 일렁이는 자연의 힘을 만들어내고 통제하고 있다는 희열이다.
나무만이 가진 맛
가끔 생각한다. 나에게 언제든지 불을 피울 수 있는 바비큐 키친이 있었다면 캠핑을 다녔을까? 산과 바다의 품속에 가까이 안겨 있다는 싱그러움, 집이 아닌 곳에서 누울 자리를 만드는 자유로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일상 탈출의 즐거움은 모두 캠핑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지만 역시 집에서는 만들 수 없고 먹기 힘든 음식을 마음껏 요리하고 맛볼 수 있다는 것만큼 캠핑의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면 캠핑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통제된 실내에서만 살아온 사람은 호시탐탐 안전하게 불을 질러볼 기회를 엿보며 캠핑을 다니고 있다.
장작과 숯을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 알게 된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라는 점을. 물론 우리는 이제 우연히 발견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필요도, 부싯돌을 내리쳐 불씨를 피워야 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불을 붙이고 키우고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요령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재료를 잘 관리해야 한다. 잘 말리지 않아 장작이 수분을 머금으면 불이 붙는 대신 나무 속의 물이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고, 시원하게 불꽃이 타오르는 대신 눈이 맵게 시커먼 연기만 퍼진다. 주변 사이트에 이보다 더 미안할 만한 일이 있을까 싶어 당황스럽고 괴롭다. 우리야 우리 먹을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만, 초보 캠퍼의 어설픈 불 피우기 실력으로 눈과 코가 따가운 주변 사람은 무슨 죄란 말인가. 연기는 잘생긴 사람 쪽으로 간다는 농담도 다 연기를 쏘이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기분이라도 좋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숯불은 이보다 심하다. 장작은 일단 불이 붙으면 어디에든 쓸 수 있는데 숯불은 우선 빨갛게 달아올라서 겉에 온통 흰 재가 뒤덮일 때까지 가열해야 음식을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오랫동안 열기를 뿜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대체 언제까지 토치로 불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아직 물 한 냄비도 끓이지 못했는데, 밥 하나 먹으려고 준비하는 데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문명의 발달이 이루어지기 전의 시대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기까지의 품과 시간이 다른 것이다.
캠핑갈 때 초간단 별미구운 함양파 즐기는 법
그럼에도 장작불과 숯불을 피우는 것은 음식에 한 차원 깊은 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고온으로 타오르는 불에 상하단이 개방된 그릴을 이용해서 음식을 구우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육즙이나 채즙처럼 식재료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아래로 떨어졌다가 뜨거운 열기에 다시 기화되면서 올라온다. 이 연기에는 지방과 당분,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다시 익어가는 식재료에 달라붙으며 겉에 맛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입힌다. 우리가 고깃집에 다녀오면 옷에 냄새가 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바비큐를 할 때는 솔 같은 것으로 고기에 오일을 바르는데, 그러면 이 연기로 인한 맛이 찰싹 달라붙는다. 소설 <향수>를 읽은 사람이라면 기억하겠지만 지방은 이런 향기 물질을 더욱 잘 흡수한다. 그렇다면 직화로 굽기만 하면 가스불이라도 똑같은 맛이 날까? 물론 프라이팬 같은 도구로 굽는 것보다는 맛있겠지만, 그래도 나무만이 낼 수 있는 맛이라는 것이 있다. 가열해서 분해되면 과이어콜로 변하는 리그닌이라는 성분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불맛’을 내준다는 제품에 주로 들어가는 물질로, 장작과 숯을 이용할 때만 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불 피우기가 귀찮아도 가스불 대신 토치를 들게 하는 이유다.
무엇이든 구워보세요
이렇게 힘들게 불을 피우고 나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 불에 구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기도 굽고 채소도 굽고 굴러다니는 귤도 굽고, 다음에는 새우를 가져올까, 냉동 떡갈비도 여기에 구우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이거, 숯불에 구우면 어떤 맛이 날까?’ 따져보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매달 새롭게 제철을 맞은 식재료를 찾아 불에 올려본다. 지금 당장, 봄이 한창인 이번 주말에 캠핑을 떠나 불을 피운다면 무엇을 굽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무엇이든 맛있겠지만 곧 끝물이 되어버릴 함양파를 찾아보자.
함양파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특산물인 칼솟과 유사한 품종으로, 대파처럼 길쭉한 모양새에 아주 살짝 양파처럼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뿌리 부분이 특징적이다. 카탈루냐에서는 매년 이 칼솟을 겉이 새까맣게, 직화에 구운 다음 하얀 속살만 꺼내서 살빗타다 소스에 찍어 먹는 칼솟타다라는 현지 음식으로 축제를 연다. 광장에 불을 피우고, 석쇠를 얹어서 칼솟만 잔뜩 올려 새까맣게 태우고, 줄줄이 앉아서 소스에 찍어 입에 넣는 것이 전부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니? 그런데 이제 함양 지역에서 재배를 시작해서 우리도 비슷한 맛을 볼 수 있다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잘 태울수록 맛있다?
함양파를 굽는 것은 다른 음식을 조리할 때와는 또 다른 호쾌함이 있다. 일단 겉부분은 새까맣게 태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불 조절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최대한 활활 태우면서 바싹 굽는 것이 목표! 장작불을 때고 그 불에 숯을 달궈가며 초반의 이 열기를 활용하기에 아주 제격이다. 그리고 분명 굉장히 촉촉한 채소일 것이라는 점은 굽는 동안 이미 깨달을 수 있다. 불꽃에서 살짝 벗어난 파란 이파리 부분까지 숨이 죽을 때까지 골고루 새까맣게 태우고 나면 꺼내서 신문지에 올려 한 김 식힌다. 그동안 메인 식재료를 익히면 좋다.
바삭바삭 입안에서 봄이 부서진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팥양갱 도넛 ~
후식임을 거부합니다, 이 한 술의 '행볶'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함양파가 식으면 파란 이파리를 머리채 잡듯 들어 올린다. 그리고 한 손으로 이파리를 잡은 채로 다른 손을 이용해 탄 껍질을 아래로 쓸어내 통째로 벗겨낸다. 그러면 양파가 까지는 것처럼 새까만 껍질이 완전히 벗겨지며 새하얗고 촉촉한 속살이 탱글탱글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을 살빗타다 소스(파프리카와 토마토, 마늘 등으로 만드는 로메스코와 유사한 소스)에 찍어서 먹는 것이다. 참고로 이렇게 껍질을 벗기는 일까지 신문지 위에서 진행한 다음에 식탁에 차리는 것이 좋다. 잿가루가 사방팔방 날릴 수 있으니까.
이렇게 구운 함양파의 맛은? 잘 익은 대파와 양파의 속살처럼 아주 촉촉하고 놀라울 정도로 달콤한데, 살살 녹는다고 할 정도로 부드럽고 채소 풋내가 아주 적다. 디저트로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달콤하고 녹진했다. 한 입 먹고 또 한 입 먹고, 이 계절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먹고, 내년에 다시 먹을 수 있기를 기다려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그리고 생각했다. 직화로 활활 태워 소스에 찍는 것 이상의 조리가 필요 없는 맛이라고. 아니, 꼭 이렇게 먹어야 하는 맛이라고. 불을 피운 보람이 느껴지고, 불을 피워야 할 이유가 되어주는 맛이라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혐오문제’를 우리는 얼마나 이야기하며 살고 있을까. 서로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나인채씨(27)가 말했다. 모여 앉은 참가자 너덧 명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시를 무대로 혐오문제 말해요’라는 제목의 모임 참여자들이 21일 경기 수원시립미술관 1층에 둘러앉았다. 이들은 여성 노동을 주제로 한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둘러본 다음 각자의 감상을 나눴다.
대화에 앞서 이 모임을 주최한 미디어 스타트업 모어데즈의 대표 홍슬기씨(33)가 ‘약속문’을 함께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정한’ 모임을 위한 약속문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화가 시작되자 진솔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물류센터 콜센터에서 일한다는 해아씨(활동명·35)는 아직도 ‘여자랑 얘기하기 싫으니까 남자 바꿔’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전시를 보며 내 노동도 저평가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난받을 걱정 없이 안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날 모임에서 ‘무수’라는 이름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그가 3년 넘게 발행해 온 혐오 이슈 뉴스레터 ‘모보이스’에서 사용하는 필명이기도 하다.
홍씨의 활동 공간은 온라인 공간인 뉴스레터에서 오프라인 모임까지 확장돼 왔다. 홍씨는 혐오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들에게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씨는 여성·이주민·동물·퀴어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문제를 담은 기사를 엮어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를 보낸다. 2021년 4월2일 첫 발행 이후 1년쯤 지났을 때 100명을 넘겼던 구독자는 현재 450여명에 달한다.
혐오문제라고 하면 막연해 보이지만, ‘존재가 그 존재로 살기 힘들게 만드는 문제’가 곧 혐오문제라고 생각해요. 홍씨가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마케터 업무를 하던 그는 3년 전쯤 퇴사한 후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주제를 고민하다 혐오문제에 천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학생이 일부 여성계의 반대 끝에 입학을 포기한 사건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는 페미니스트로서, 같은 여성 문제를 얘기하던 사람들이 어떤 존재에겐 폭력을 행사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수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문제뿐 아니라 퀴어·난민·비건 등 다양한 소수자의 문제를 고루 ‘내 문제’로 인식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뉴스레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뉴스레터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처음엔 ‘이 주제를 다루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며 뉴스레터는 적극적으로 구독을 해야 볼 수 있으니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점차 자신이 그었던 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스 전달자를 넘어 ‘무수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보내기도 하고, 지난해 7월부터는 직접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주최하고 있다. 아픈 몸에 대해 글을 쓰는 모임, 수치심을 말하는 모임 등이 있었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 말하는 홍씨는 그 자리에서만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들을 때 설렌다고 했다.
요즘 그의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프리랜서로 브랜딩 관련 외주 일을 병행하고 있는 홍씨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가난해지는 방법 외엔 없는지, 수익성이 공존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수는 없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구독이 무료인 뉴스레터에 후원계좌를 연 것은 최근의 일이다.
홍씨는 스스로가 큰 변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명 한 명을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혐오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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