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아삭하고 쌉싸름한 두릅나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4-04-22 08:35본문
두릅나물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산둥반도 지역뿐이라고 한다. 17세기 문헌에 이미 ‘둘훕’이라는 우리말 표기가 보이는데, 한자로는 목두채(木頭菜), 요두채(搖頭菜) 등으로 썼다. 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인스타 팔로워 않다가 바람 잦아든 뒤 혼자 움직인다고 해서 독활(獨活)이라고 부르는 땅두릅, 엄나무에서 나는 개두릅도 있지만, 보통 두릅이라고 하면 두릅나무 가지 끝에서 자라는 새순인 참두릅을 가리킨다.
낙하생 이학규가 두릅나물을 찬송하며 지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맛 좋은 나물이 나무 끝(木頭)에서 솟아났네. 붉은 끄트머리 뾰족 내밀었고 푸른 가시마저 부드럽구나. 육포를 대신할 만한 산중의 진미로다. 딱딱하고 거칠어서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나뭇가지 끄트머리에서 연하디연한 초록의 새순이 살포시 돋아나는 모습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내는 봄날의 기적이 그대로 담긴 풍경이다.
자연산 두릅나무에서 새순을 따는 일은 인스타 팔로워 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덜 자란 두릅은 먹을 게 없고 조금만 더 자라면 단단해져서 먹을 수 없다. 때맞춰 따야 그 식감과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 맛을 제대로 누린 입헌 한운성은 ‘두릅나물’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입안에서 아사삭 궁상의 곡조 절로 나네. 아하! 이제 남은 날엔 인스타 팔로워 고기 맛을 잊겠구려라고 읊었다. 춘곤증과 무력감이 몰려오기 쉬운 계절, 우리 몸이 더 굳어버리기 전에 부드러운 두릅나물 한 입 베어 물 일이다. 쌉싸름함이 상쾌함으로 이어져 퍼지는 가운데, 봄날의 기적이 우리 마음에도 새 희망 한 조각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원망을 넘어서는 힘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 이전글“학교에서부터 장애인을 분리하면, 사회에서는요?[‘장애’를 지우는 교실] 24.04.22
- 다음글[오마주]소설은 못 써도 리뷰는 쓸 수 있어!…‘리뷰왕’이 된 아파트 경비원 24.04.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