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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돌아보기] ① 망가진 ‘시스템 공천’…“지역 등 중간 조직 자체가 파괴된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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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2회 작성일 24-04-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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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공히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당이 공언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비이재명(비명)계 현역 의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 경선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친윤석열(친윤)계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살아남은 가운데 논란 인물을 공천했다가 뒤집는 일이 반복됐다.
민주당 공천은 ‘비명횡사·친명횡재’로 요약된다. 비명계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다수 포함되며 경선 출발부터 불이익을 안았다. 하위 20% 평가에 반발한 김영주·홍영표·설훈 의원은 탈당 후 당적을 옮겨 출마했다. 박광온·전해철·김한정·송갑석·박용진·윤영찬 의원 등은 경선에서 전멸했다. 심지어 박용진 의원은 정봉주 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조수진 변호사, 한민수 대변인(서울 강북을 당선인)과 세 차례나 경선을 치렀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노렸다. 양문석 경기 안산갑(현역 전해철) 당선인, 김준혁 경기 수원정(현역 박광온) 당선인, 김우영 서울 은평을(현역 강병원) 당선인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아 서울 서대문갑 당선인은 당초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하루 만에 구제됐다. 김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있다.
친명계 현역 의원들도 승승장구했다. 안민석·변재일 등 일부 중진 의원들만 공천 배제됐을 뿐 대다수는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승리했다.
무리한 친명계 공천은 선거 막판까지 민주당을 흔들었다. 선거 종반부에 양문석 당선인의 편법 대출 의혹, 김준혁 당선인의 여성 폄훼 발언 논란이 일었지만 지도부는 무대응한 채 이들을 안고 갔다. 김 당선인이 출마한 수원정에선 김 당선인과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 간 표차(2377표)의 2배에 달하는 무효표(4696표)가 나왔다. 야당 지지자들조차 민주당 공천에 실망해 무효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되는 서울 도봉갑을 12년 만에 내준 것도 대표적인 공천 실패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역 연고가 없는 친명계 안귀령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안 후보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에게 1098표(1.16%포인트) 차로 패했다. 서울 도봉갑은 서울에서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섰던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역이 됐다. 공천 논란이 상당한 수도권 접전지에서 민주당 후보의 근소한 패배를 낳았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압승을 이유로 공천 논란을 불가피한 진통 정도로 치부한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에서 시스템에 의해서, 절차에 따라서, 투표에 의해서, 당원들의 권리 행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교체가 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 룰에 따라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공천 혁명을 이룩해주셨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로 과정을 합리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21일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사태가 비명횡사 공천 국면을 덮었다. 여기에 대파 논란이 추가되면서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은 것이라며 불공정한 공천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상황이 바뀌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병역 기피’를 이유로 비례대표 후보 서류심사 단계에서 부적격 판정했다. 재심사를 요구했으나 기각된 시민사회 측 국민후보추천심사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전원 사퇴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혁신 공천,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 원칙을 천명했으나 103석으로 참패했다. 미래통합당은 당시 총선 후 백서에서 공천 번복, 전·현직 의원 돌려막기, 후보 검증 불명확·불투명, 무전략 공천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짚었다.
이러한 비판 지점은 이번 총선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한 시스템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객관적인 정량 평가, 엄격한 도덕성 평가를 실시해 당 지도부 등이 공천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거였다. 공천 초반 인위적 공천 배제(컷오프)를 최소화하면서 민주당에 비해 잡음이 덜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을 실시한 지역에서 청년, 여성, 신인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현역 불패’ ‘무감동·무전략 공천’이란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이철규·윤한홍·박성민 의원 등 친윤계 핵심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지역구 후보 중 여성은 11.8%(30명)에 불과했다. 비판을 만회하기 위해 서울 강남권과 대구, 울산 등 우세 지역 5곳에 국민추천제를 도입했으나, 전략공천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 최연소로 당선된 김용태 당선인(경기 포천·가평)은 젊은 정치인이 탄생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결정이 번복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공관위는 과거 막말 논란에도 장예찬·도태우 후보 공천을 강행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철회했다. 정우택·김현아·박일호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전 후보 또한 금품 수수 의혹에도 공천을 밀어붙였다가 뒤집었다. 모두 공천 전 발생한 일들이란 점에서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골프 접대 징계를 받았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 공천이 철회되는 등 당선인(18명) 기준 2명이 바뀌었다.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이 공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공개 반발하는 등 친윤계와 한 전 위원장 측이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돌려막기 공천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서승우(충북 청주상당)·정연욱(부산 수영)·박성훈(부산 북을) 후보 등은 당초 공천을 신청한 지역에서 탈락한 뒤 다른 곳에 재배치되면서 해당 지역 출마를 준비한 이들의 반발을 불렀다. 낙동강 벨트에 재배치된 현역 중진 서병수·조해진·김태호 후보 중 김 후보만 당선되는 등 돌려막기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성·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시스템 공천의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남겼다. 경선에서 하태경 의원이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한 서울 중·성동을의 경우 경선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 비율이 66.8%에 달했는데, 이는 이 지역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의 2배가 넘는다. 시스템 공천 목적은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는 데 있었는데, 고령층에 편향된 경선 여론조사가 오히려 청·장년층, 중도층 사이에서 지지를 받는 후보의 본선 출마를 가로막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졌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양당 모두 지도부가 강한 그립(장악력)을 가지고 한 공천이었다며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 공천 탈락과 국민의힘의 중진 재배치 사례를 보면 정당의 지역 등 중간 조직 자체가 파괴되는 방식으로 공천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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