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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가 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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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4-1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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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이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내게 했다. 딸한테 세상의 진보를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듣고 있던 상담 선생님은 얼굴을 찌푸렸다. 미섭씨가 어머니께 가르침을 줄 필요는 없어요. 깜짝 놀랐다. 엄마와 페미니즘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기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다. 엄마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의무는 나에게 없다. 그 깨달음 이후 삶이 한결 가벼워졌다.
총선이 끝나고 며칠을 끙끙 앓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을 모두 ‘나중에’로 미루고 치른 선거를 목격한 후유증이었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꼈던 공간에서 세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 와중에 심상정 의원이 지역구에서 크게 패하고 결국 정치 은퇴를 선언하자, 나도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고등학생 시절, 심상정이라는 국회의원이 옆 동네에서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거에서 떨어졌고, 결국에는 4선 의원이 된 그를 나는 꽤나 좋아했다. 마주치는 유세 차량에 웬 모르는 아저씨가 아니라 우리 엄마처럼 생긴 후보가 타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심상정을 보고 자랐기에 정치인의 모습을 여성으로 그려낸 고양시의 청년이 나 하나는 아닐 것이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크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 여사라 부르며 농담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였다. 질문 및 답변 시간에 객석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 발언은 여성 혐오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여성됨을 짚어 멸칭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사과할 기회를 드리겠다. 심 후보는 발언을 취소하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래도 화가 다 풀리지는 않았다.
도끼눈을 뜨고 대선을 지켜보는데,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설거지는 여성의 일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지적이 나왔다. 허허 웃는 남자 후보들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이에서, 심 후보는 농담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짚었다. 대한민국 모든 딸들에게 이 자리에서 사과하십시오. 그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다른 토론회에서는 심 후보가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타 후보들의 혐오 발언을 지적했다. 그제야 나는 심상정을 온전히 용서하게 되었다. 그가 나를 모욕하는 이들에 맞서 사과를 받아내는 정치인임을 믿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심상정 캠프에 들어갔다. 5년 전 토론회에서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유세가 한창이던 어느 날, 선거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후보가 일정을 취소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며칠 후 돌아온 그에게 나는 또 화가 나서 편지를 썼다. 같이 일하는 선거 노동자들에게도 사과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번에도 역시 답장이 왔다. 정성껏 지적하고 화내줘서 고맙다,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왜 그렇게 심상정에게는 화가 많이 났으며, 몇번이나 용서를 빌게 했을까. 엄마를 가르치는 역할에 부담을 갖고 살았다는 점을 깨달은 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정치인 심상정에게 고마운 마음만큼 의무감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가 여성과 소수자의 편에 서준 만큼 나도 그가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심상정은 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사과했다. 빛나는 퇴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패배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에게 그는 언제든 사과를 요구하는 마음을 온전히 받아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는 심상정에게 진 빚을 내려놓게 되었다. 다 갚아서가 아니다. 사실 어떻게 하든 갚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건 내가 진 빚이 아니니.
제44회 장애인의날을 사흘 앞둔 17일 서울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관내 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발을 씻기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공개된 미국 육상 선수 유니폼이 여성 선수들에게만 신체 노출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키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 선수들이 착용할 경기복을 제작해 지난 11일 선보였다.
그러나 해당 경기복은 공개 직후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남성 선수들의 유니폼은 반바지 형태로 제작됐지만, 여성 유니폼은 다리 전체와 골반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남성 선수들은 운동능력에 집중하는 동안 여성들은 생식기가 노출되지 않을지, 찰과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왁싱을 받아야 하는 건지 걱정해야 한다. 이게 동등한 기회라고 할 수 있냐 왜 여성들은 남성과 같은 옷을 입지 못하냐 이건 수영복인 듯. 여성 러닝 복은 어디 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선수들도 실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성차별적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장거리 장애물 달리기 선수인 콜린 퀴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 경기복은 절대 성능을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 장거리 육상 국가대표인 로런 플레시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옷이 정말 기능적으로 훌륭하다면 왜 남성들은 입지 않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나이키 측은 해당 유니폼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나이키는 여성과 남성 선수들에게 선보일 반바지, 보디 슈트 등 다양한 경기복 중 두 가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선수들은 원하는 경기복을 골라 입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러나 NYT는 나이키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반바지나 탱크톱 대신 해당 경기복을 대표 이미지로 공개한 것은 여전히 문제적이라며 여성들의 신체가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시되는 스포츠계의 오랜 성차별 문화를 다시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해당 유니폼이 성차별적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최근의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여성 선수들은 성적 대상화를 부추기는 복장 규정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2021년 노르웨이 여성 비치핸드볼 대표팀은 비키니를 착용하라는 규정에 항의하며 반바지를 입고 출전해 벌금 200만원을 냈다. 같은 해 독일 여자체조 대표팀은 수영복 형태의 ‘레오타드’ 대신 발목까지 다리를 덮는 전신 유니폼 ‘유니타드’를 입고 예선경기에 참여했다.
가디언은 2022년 스포츠단체 연구에 따르면 14세 무렵 여성 청소년들은 같은 나이의 남성 청소년보다 운동을 그만두는 비율이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두 배나 높다면서 이미 많은 여성 선수들이 신체 강박과 대상화에 시달리는 만큼 알맞은 운동복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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