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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듯 살고, 살 듯 여행하다…일탈 아닌 일상 찾는 MZ세대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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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4-04-0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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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게 벌지만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나는 세대. 미국 경제전문방송사 CNBC뉴스가 묘사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생)의 여행 성향이다. 부모세대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 여행을 즐기지 않은 것과 달리, Z세대는 세상이 정한 성공을 이룰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미국 Z세대의 절반 이상은 여행경비가 부족해도 가진 예산에 맞춰 1년에 최소 3번 여행을 떠났다.
MZ세대는 왜 여행에 빠졌을까. MZ세대가 남긴 여행 발자국을 따라가 봤다.
여행하듯 살아가는 MZ세대
30대 직장인 이경아씨는 몇년 전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국에서 1년 동안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비슷한 또래의 다양한 국적 친구들을 사귀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다. 이씨는 이후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제주도에 일터를 잡았다. 여행하듯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씨에게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나 일탈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채우는 과정이다. 이씨처럼 많은 MZ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여행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MZ세대의 절반 이상(52%)이 최근 1년간 3번 이상 여행을 갔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X세대(1965~1979년생) 41%, 베이비부머세대(전후세대)는 35%였다. X세대(25%)와 베이비부머세대(28%) 4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MZ세대는 17%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에 더 많이 여행한다고 지적했다.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지를 방문하는 순환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온라인 여행사 클룩이 지난해 한국, 중국, 홍콩, 일본, 인도, 태국 등 12개 아시아 나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를 보면 MZ세대가 여행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 SNS는 인스타그램(46%), 페이스북(34%), 틱톡(29%) 순이었다. X세대 중 여행지 선정에 SNS의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MZ세대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자신이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고려했다. TV쇼·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행지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MZ세대의 70%에 달했지만, X세대는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반지의 제왕> <에밀리, 파리에 가다> (사진)등의 콘텐츠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SNS 때문에 MZ세대가 더 여행을 즐긴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행자들은 쉼과 휴식, 일상에서의 탈출, 친구·가족과의 시간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꼽았다. Z세대 또한 여행에서 이러한 요소를 우선순위에 뒀지만, 기성세대보다 모험, 정신 건강, 문화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 여행회사 스튜던트유니버스가 지난해 18~25세 대학생 4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 Z세대는 관광(70%) 외에도 새로운 문화(68%)와 음식(59%), 자연(58%),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37%)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여겼다. 여행 중 클럽 방문과 같은 유흥을 즐기고자 하는 Z세대는 21%에 불과했다.
옷 쇼핑보다 여행 좋아
MZ세대의 지출 성향을 보면, 이들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온라인 할인사이트 스튜던트빈스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여행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미국과 영국의 Z세대 품목별 지출 현황을 보면, 전년에 비해 패션, 식료품 지출은 각각 7%, 12% 줄었지만 여행 비용은 60% 급증했다.
지난해 Z세대 학생의 32%가 재정 상태 때문에 대학 중퇴를 고려하고 있고, 83%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상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여행길에 오르는 셈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스튜던트유니버스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76%가 여행 시 ‘비용’을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MZ세대 3명 중 2명은 여행 시 가장 저렴한 선택지를 찾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글로벌온라인여행사 애플리케이션과 항공사들의 프로모션을 활용해 ‘최저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세대이기도 하다.
CNBC는 과거 젊은 세대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거나 저축금을 충분히 모을 때까지 여행을 자주 떠나지 않았다며 MZ세대는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예산에 여행 계획을 맞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붐세대가 40대 초반이던 1989년 이들의 평균 자산은 11만3000달러였다. 하지만 2019년 밀레니얼세대의 순자산은 9만1000달러로 20% 가까이 줄었다.
한국의 MZ세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첫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여행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 낮은 임금 체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첫 직장에서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이었는데, 150만~200만원을 받는 일자리는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우리 세대는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보니 몇달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비슷한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향저격 여행…패키지도 OK
하지만 MZ세대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행에서 가치관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포럼 2023년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영국 Z세대 절반이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를 위해 더 비싼 여행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에서도 여행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MZ세대(82%)가 X세대(72%)·베이비붐세대(64%)보다 훨씬 높았다.
MZ세대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클룩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여행자의 85%가 여행 중 새로운 경험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적지 방문은 물론 현지 음식 체험, 지역 작은 상점 방문, 웰니스(웰빙+행복+건강 합성어) 등이 MZ세대 여행의 관심사로 나타났다.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20~39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여행 중에도 웰니스를 중요하게 여겼고, 여행 중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취향 또한 MZ세대 여행자를 움직이는 중요 요소다. 30대 직장인 박성훈씨(가명)가 지난해 휴가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손흥민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 티켓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먼저 티켓을 확보한 뒤 이에 맞춰 영국행 항공권과 숙박, 여행 일정을 짰다. 실제로 MZ세대는 취향만 맞는다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패키지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투어가 농구팬들을 겨냥해 ‘전문가 동반 NBA 직관 여행’ 상품은 공개 당일 6시간 만에 판매 완료됐다. 올 1월 떠난 ‘조현일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NBA 직관 여행 9일’은 NBA를 대표하는 스타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700만~800만원대의 다소 비싼 여행상품이었음에도 빠르게 완판이 됐다면서 예약자의 70%가 2030이었다고 설명했다. 2030은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 따르면, 2030 여행자 10명 중 8명은 여행 중 현지인이 말을 건넨다면 번역기를 사용해서라도 소통하거나 친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안84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처럼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행 중에는 ‘E(외향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스카이스캐너는 설명했다. 최근 혼자 동남아시아 여행에 다녀온 김수진씨는 평소에도 혼자 가는 여행을 즐긴다면서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숙소와 식당을 찾으면 다른 국적의 여행자를 쉽게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30대 버킷리스트’ 패키지도 완판이 됐다. 30대 이용자만 예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행 기간 일행끼리 편하게 어울리도록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30대 또래에게만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최근 하나투어가 여행미디어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내놓은 ‘밍글링투어’ 또한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대표상품이다. 밍글링투어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의 테마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상품으로 선보일 때마다 당일 완판되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가 유독 여행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론리플래닛은 2030 여행자 70% 이상이 인종, 나이, 성별, 체형, 종교 등의 분야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MZ세대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세계를 변화시키려 한다고 했다.
오는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을 거론하며 서로를 비방하는 일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다른 나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면서 잘 살던 나라가 정치가 후퇴하면서 망해버렸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에 대해서도 7대 경제 강국이다가 갑자기 사법 독재, 검찰 독재 때문에 추락해버렸다며 그러다가 지금 룰라가 복귀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중인데 대한민국도 그 분수령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르헨티나는 누가 봐도 좌파 정권의 연속된 포퓰리즘 퍼주기 정책으로 9번의 디폴트 위기를 겪은, 포퓰리즘으로 어려움을 겪은 나라의 예시라고 반박했다. 또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베네수엘라를 언급하며 로맨틱한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좋아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리 가지 말자. 그쪽으로 가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한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두 국가는 초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과 함께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고, 브라질은 사법·검찰권 남용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겪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때 잘나갔던 이 국가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치권의 주장처럼 이들 나라의 위기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한때 선진국으로 꼽혔던 아르헨티나는 국가 부도만 9번을 겪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몰락했다. 유명 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는 주인공인 이탈리아 소년 마르코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부자 나라’ 아르헨티나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엄마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며 이민을 떠나는 곳이었다. 팜파스라고 불리는 넓고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낙농업이 발달한 아르헨티나는 밀, 옥수수, 쇠고기 등을 수출하면서 크게 번성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부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현재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고,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일 정도로 만성적인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태다. 20세기 초까지 경제 번영을 이뤘던 아르헨티나는 1929년 미국발 대공황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세기 후반부터 최악의 경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랜 경제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정치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의 극단적 시장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는 중앙은행을 폭파하고, 각종 세금과 복지를 없애고, 장기 매매를 비롯해 신생아·총기·마약 거래 등을 합법화할 것이라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은 과감한 변화를 바라며 정치 신인 밀레이를 택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급진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물가와 빈곤율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취임 2개월 만에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57.6%로 2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며 더 나빠졌다. 지난 2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역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뛰어넘어 276.2%까지 치솟으며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 국가란 오명을 쓰게 됐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몰락을 두고 국내에서는 흔히들 ‘포퓰리즘’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 실패 원인을 단순히 포퓰리즘 때문만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가장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던 건 1970년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군부독재 시기, 일명 ‘더러운 전쟁’ 기간이다. 그는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저지르며 수만명을 사망·실종에 이르게 한 것은 물론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실패로 당시 아르헨티나의 빈곤율과 실업률을 치솟게 했다.
비델라 정부는 무분별하게 외자와 다국적기업을 유치했다. 후에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아르헨티나에 막대한 외채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1976년 78억달러였던 외채는 1983년 450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또 그의 후임자인 레오폴도 갈티에리 군사 독재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정권은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자 1982년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하며 무모한 전쟁을 일으켰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아르헨티나는 20억달러가 넘는 전쟁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됐고, 그가 물러날 때의 빈곤율은 74%에 달하게 된다.
이성형 전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는 그의 저서 <대홍수>에서 아르헨티나 사태에 관해 길게는 1976년 군정 시절부터 시작된 무모한 개방정책과 신자유주의 개혁이 남긴 종착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영화, 규제 완화, 무역 개방 속에 국민경제가 금융 투기자본의 천국으로 바뀌면서 생긴 이 기막힌 사태를 보면서 50년 전의 페론주의나 에비타의 망령을 떠올리는 건 한국 언론들의 낡은 가락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페론주의’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정책은 대공황 이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주의 경제학이 널리 퍼지던 시기 보편적인 트렌드에 가까웠다. 그가 아르헨티나에 유별난 정책을 도입했다기보다 당시 시대적 흐름을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페론 집권 시기인 1949년에서 1976년까지 국민총생산은 127%의 성장을 기록했고 개인소득은 232%가 증가하는 등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개혁하지 못한 채 임금인상과 복지 확대 등 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펼치며 국부를 소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정권을 막론하고 농축산물, 광물 등 1차 산업 위주의 산업·수출구조를 다변화시키지 못하고, 세제 운용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르헨티나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브라질의 ‘사법독재, 검찰독재’는 2017~2018년 세르지우 모루 판사가 일명 ‘세차작전’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를 수사하고 중형을 내려 구속한 사건을 말한다.
과거 경제 부도 위기에 처했던 브라질은 2003~2010년 룰라 집권 당시 세계 7~8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매달 30달러씩 제공하는 ‘보우사 파밀리아’ 등 적극적인 빈곤층 지원 정책을 통해 약 2000만명의 브라질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는 연금개혁, 브라질판 뉴딜 정책, 브라질 최초 월드컵·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고 이 시기 브라질은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룰라의 퇴임 직전 지지율은 8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정권 재창출에도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룰라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퇴임 후 브라질 엘리트 연방 판사인 모루가 명확한 증거 없이 룰라에 대한 광범위한 부패 범죄 수사를 벌이면서 그는 한순간에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당시 룰라의 노동자당이 4번에 걸쳐 집권하자 보수정당, 언론, 기득권층, 종교계의 반감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모루 판사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검증 없이 전달되면서 각종 의혹과 수사만으로 룰라의 범죄는 기정사실화돼버렸고, 결국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사법부는 1심에서 룰라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고, 상고법원에서는 12년으로 증가했다. 그의 후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역시 예산작성 규칙 위반 등으로 모루 판사가 이끄는 수사를 받고, 2016년 탄핵된다.
2021년 룰라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풀려났지만, 그전까지 580일을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구속되고 노동당 정권이 몰락하면서 2018년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군인 출신으로, 거침없는 막말과 혐오발언을 일삼았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브라질의 경제는 더 안 좋아졌고, ‘지구의 허파’ 아마존 환경은 급격히 파괴됐으며, 민주주의는 쇠락해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브라질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나라 중 하나가 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거친 언행을 비롯해 환경·인권·통상 등에 대한 문제로 브라질은 국제사회에서도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2023년 다시 룰라가 3선 대통령에 오르자 대선 결과에 불복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지난해 1월 브라질리아 대통령궁·대법원·의회를 습격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룰라 재집권 후 브라질 경제와 환경, 외교 등은 다시 개선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브라질 국내외에서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 야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종종 언급하며 검찰과 사법부 등을 비판하곤 했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대표 등이 각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평을 올린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도 급격히 경제가 파탄 나고 사회 혼란이 극심해졌다. 베네수엘라 역시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4위에 달하며 경제대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석유 산업이 추락하고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몰락했다.
2018년 베네수엘라는 60000% 이상의 초인플레이션을 기록했고, 화폐는 휴짓조각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달걀 한두 판 값이 한 달 치 월급 수준이었고, 도둑들조차 베네수엘라 돈을 훔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약탈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한 광경이 됐다.
영양실조로 인한 영유아 사망률이 증가했고, 어린 학생들도 성매매와 구걸에 나서게 됐다. 2021년 베네수엘라 빈곤층은 94.5%에 달했으며, 국가의 치안도 붕괴 수준에 이르러 수년 동안 전 세계 살인율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200% 안팎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빈곤율 역시 80%에 달하는 등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근 중남미 국가나 미국 등으로 ‘엑소더스’를 시도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2010년 이후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게 됐다. 국가 경제 90% 이상이 석유 산업과 연관돼 있을 정도로 석유 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유가 변동에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였다. 말 그대로 ‘자원의 저주’였다.
풍부한 석유를 가진 베네수엘라는 지나치게 자원에만 의존해 석유산업 외에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의 거두지 않고 석유산업을 통한 재원으로 의료·교육 등 복지를 시행했다. 또 소수 기득권층이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독점했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도 잇따랐다.
베네수엘라 역시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이 국내 복지 정책을 겨냥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때 자주 언급하는 나라다. ‘한국도 퍼주기 정책을 펼치면, 베네수엘라처럼 나라가 망하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경제·사회적 구조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베네수엘라에 비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는 석유와 같은 자원이 없고, 국가의 생산·수출·세입 구조가 완전히 다른 한국은 절대 베네수엘라와 같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자꾸 국내 정치에 적용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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