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검은 돌에 새겨진 子, 혹은 女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Kumdo Association for the Disabled

[詩想과 세상]검은 돌에 새겨진 子, 혹은 女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4-04-03 03:36

본문

4월이 오면, 붉은 동백꽃이 떠오른다. 동백꽃은 제주도 4·3을 상징한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는데, 질 때는 통꽃으로 툭, 떨어진다. 동백꽃의 흰 눈동자는 죽음의 연유도 모른 채 스러진 사람들의 표상. 오랜 시간 4·3은 금기어였다. 제주도 방언인 ‘속솜허라’는 ‘조용히 해라’는 말. 한 집 걸러 한 집, 국가 폭력에 희생당했지만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고, 까마귀조차 모르게 조용히 제사 지내야 했다. 시인은 아무개의 子, 혹은 女라고만 새겨진 위패들에 이름씨 하나씩 꼭꼭 심어주고 싶다고 고백한다.
속솜하며 살아야 했던 4·3의 이름 없는 붉은 꽃들에 우리 모두 빚을 졌다. 아무개들의 입속에 갇혔던 말들, 감지 못하는 눈 속에 갇혔던 진실들, 검은 돌처럼 굳은 심장들, 그 위에 거친오름의 그림자를 밀어내고, 누운 백비(白碑)가 복수초처럼 환하게 이름을 얻기를.
아 에 이 오 우
새와 토끼
밝은 곳에 거하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기도장애인검도회

Copyright ⓒ gadkumdo.or.kr All rights reserved.

ADDRESS

경기도 양주시 고읍남로 5-10 5층 tel. 031-846-0988 fax. 031-624-6954 e-mail. kendom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