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춘객 뒤에 숨어있는 불청객, 산불 조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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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4-03-25 21:10본문
1990년대 초반 봄. 고향인 경상북도 문경에서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오전에 8㎞ 정도 떨어진 읍사무소에 가서 출석 확인 후 간단한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다음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산불감시원이라고 선명하게 쓰인 완장을 찼다. 그러고는 삐걱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며 동네 이장님 댁에서 사인을 받은 다음 산불 예방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큰 나무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이 메아리가 되어 온 동네를 흔들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말이 있다. ‘산을 관리하고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내포한다. 산불을 인스타 팔로워 예방해 아름다운 산하, 싱그러운 녹색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산불의 피해는 막심하다. 홍수 피해가 증가하고,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든다.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목재·가축·임산물의 소득 손실도 크다. 길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산림청에서는 2024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정하고 입산 가능한 등산로 및 입산 통제구역을 안내하였다. 지방자치단체, 지방산림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한시적으로 개방을 통제하는 등산로 구간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지도로 서비스 중이다. 통제선 등산로에 허가 없이 출입할 경우, 산림보호법, 자연공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서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니 입산자 실화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연평균 567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4004㏊(헥타르·4004만㎡)의 산림이 소실됐다.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186건(33%)으로 가장 많았다. 한순간의 부주의와 실수로 애써 가꾼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것이다. 이를 복구하려면 짧게는 40년, 길게는 100년이란 긴 세월과 큰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산불 예방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모두가 산불감시원이 되어야 한다. 화기물 소지 금지 구역에서 화기 및 인화·발화 물질(라이터 등)을 소지하지 않기, 지정된 등산로 이용하기, 산과 이웃한 곳에서 쓰레기 소각 및 논·밭두렁 태우기 금지, 전신주 작업 시 안전관리 철저히 하기, 폭죽놀이 금지. 나들잇길 차 안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소중한 산림을 보호하여 메아리가 울리는 산을 보고 싶다. 올해는 산불 발생이 현저히 줄어드는 해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아니, 뉴스에서 산불 피해가 없다는 소식을 보고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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