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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기후악당 정치를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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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40회 작성일 24-03-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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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올해 총선을 맞이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기후정치바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이른바 ‘기후 유권자’가 33%가 넘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가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진 자원과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피해를 받고 그 해결에도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거대한 자원과 제도를 잘 활용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할 때, 정치야말로 그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3분의 1이나 된다는 기후 유권자는 기쁘기 어렵다. 아무리 기후를 걱정한다 하더라도 이 총선 공간에서 그들이 투표할 기후 후보를 국회의원 수의 6분의 5를 차지하는 지역구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례의원을 뽑는 정당 투표마저 위성정당의 홍수 속에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니 기후 투표의 기회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유독 정책 선거가 실종된 총선이지만 주요 정당들이 내놓는 기후 정책마저 한심하고 태만하기 그지없다. 여권 정당들은 어떻게든 원전을 앞에 내세우면서 탄소중립을 포장하기에 바쁘고, 제1야당은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정부의 일원이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함량과 의지 미달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것이다. 권력에 가까웠던 정당일수록 지금의 기후 역행 정책을 스스로 만들거나 방관해왔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목표와 부담을 다배출 기업들의 사정을 봐주며 낮추어주고, 석탄화력발전을 지속하고 신공항과 각종 개발 사업을 통과시켜준 정당과 정치인들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기후 목표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어 있지만 지난 국회의 죄목도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기후재난을 가속화하는 굵직한 사업과 예산을 통과시켜준 행위들은 좋게 봐주면 배임이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자연과 우리 모두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
생수 줄게, 공공음수대 다오
우리가 얻은 것은 콘센트요
‘갈매기들’의 밥은 되지 말자
이렇듯 기후악당의 정치를 확인하는 선거 국면에서, 오히려 변론의 논지를 떠올려본다. 첫째,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자기 임기 이후의 일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앞으로 몇년 사이에 지역구에 그럴듯한 랜드마크라도 세워야 인스타 좋아요 구매 표가 되는데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이나 2100년의 멸종 사태를 알 게 뭐란 말인가. 둘째, 국회의 구성 자체가 기후위기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장 저렴하게 쓰고 편의를 누리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선출되는 의원 숫자가 70%가 넘고 기후위기의 피해를 떠안는 농어촌은 인구 감소로 인해 거대 선거구가 되고 있으니 기후 기득권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해방 이후 줄곧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성장주의 아래에서 정치인들은 예외가 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무분별한 성장에 앞장서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 정상참작을 요구해보지만 참으로 궁색한 변론이다. 그래도 맑은 눈으로 기후에 진심인 후보와 정당을 찾고, 동료들과 기후악당 정치에 대해 분노라도 나누어보자. 총선이 지나고 또 다른 기후악당들이 국회를 채워도 우리는 살아가고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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