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변희수 하사 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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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4-06-26 04:02본문
2012년, 영국 세인트 메리 맥덜린 학교의 가정통신문이 나간 후 메도스라는 이름이 언론에 앞다퉈 보도됐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자살했다. 학교 측이 메도스를 위해 넣은 이 문구가 그의 죽음을 불러올 거라곤 당시엔 몰랐다.
2021년 영국에서 출간된 <트랜스젠더 이슈>에 소개된 이 사례는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당사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조명한다. 트랜스 여성인 저자 숀 페이는 다음해 출간된 한국어판 머리말에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뒤 목숨을 끊은 변희수 하사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한국어판을 출간했다고 썼다.
변 하사 사건은 기억되지만 그 직전 두 명의 성소수자가 목숨을 끊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1년 2월8일 이은용 작가, 같은 달 24일 인권활동가였던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등졌다. 변 하사는 3월3일 그 뒤를 이었다. 모두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숨어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원했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이었다. 변 하사는 천직으로 여기던 군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아득히 높은 벽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성전환 후에도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면서 거수경례를 올리던 그의 모습이, 그 울부짖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늦게 군은 지난 4월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24일 대전현충원 안장을 하루 앞두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추모의 마음이 모였다. 현충원 안장만으로 변 하사의 영혼을 위로할 수 없건만, 이것조차 순탄치 않다. 일부 단체가 안장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반대 집회를 신고한 것이다. 저세상으로 떠난 이에게까지 혐오의 칼날을 들이미는 이들 앞에서 명복을 빌기가 참담하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더 목숨을 잃어야 혐오를 멈출까.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라는 비겁함 뒤에 언제까지 감춰둘 것인가. 이 법 제정에 힘을 모으는 것이 떠난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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