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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간 국제 사회 대립 더 심해질 것…미·중 갈등은 불가피”[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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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86회 작성일 24-06-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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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동안 탈세계화는 더 심해지고, 인권은 더 억압되며, 전제 지도자는 더 많이 나타날 겁니다.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72)은 단호했다. 국제 사회가 냉전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유지해온 평화의 질서는 20년 남짓에 그쳤을 뿐이다. 질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파괴되기 시작했고, 2030년대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옌 원장의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갈등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옌 원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이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양상을 이미 1990년대 ‘중국굴기’라는 용어로 예견했다. 2014년에는 10년 뒤 세계가 미·중 양극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국제 정치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를 세계 100대 지식인으로 선정했다.
향후 10년 국제정세는 옌 원장에게 비관적이다. 탈세계화 추세가 멈추고 국제 사회가 화합의 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가 간 분열과 갈등은 계속되고 나아가 국지적인 군사 분쟁까지 빈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역시 군사 분쟁의 예상 진원지 중 한 곳이다. 옌 원장은 전면전으로까진 발전하지 않겠지만 독도와 남북 군사 분계선에서의 군사 충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뿐 아니라 일본도 군사 분쟁 대상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국제정세, 돌파구는 없을까. 옌 원장은 젊은 지도자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부 정책에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시민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옌 원장은 냉전을 경험하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국가 지도자가 된다면 (갈등의 국제정세는) 바뀔 수 있다며 강대국의 정책 방향을 바꾸라는 일반 시민의 요구도 거세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베이징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에서 옌 원장을 만났다.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국제정세를 평가해달라.
냉전 이후 이어졌던 자유주의 질서가 최근 탈세계화로 변하고 있다. 지금의 탈세계화 흐름은 주요 강대국들이 세계화 정책을 폐기하고, 상호 경제 협력을 축소하고, 제재를 가하며, 보호무역을 채택하고, 정치적으로는 인권보다 주권을 중시하는 규범을 취한 결과물이다.
-탈세계화의 결정적 계기는.
탈세계화를 알린 최초의 사건은 2016년 결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고 봐야한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 2023년 발발한 가자 전쟁도 탈세계화를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탈세계화를 국제질서의 위기라고 해석해도 되나.
국제질서의 위기가 아니라 국제질서의 파괴다. 국제질서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제질서를 파괴한 책임이 가장 큰 국가는.
탈세계화를 초래한 가장 주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포기하고 보호무역주의를 택했다. 인권의 원칙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민간인 학살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이 민족이나 국민을 앞세우고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경향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런 행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이 있는데.
(강대국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면) 이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자체 문제라기보단 포퓰리즘이라는 정치 행위의 문제다. 민족주의는 원래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민족주의는 포퓰리즘을 거치면서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반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각각 성공했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4년 만에 재집권을 노린다. 포퓰리즘을 앞세운 ‘스트롱맨’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원인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경제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산층이나 서민이 기존 자유주의 엘리트에게 가지는 불만이 커졌고, 포퓰리즘 정치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1998년 저서 <중국굴기>에서 굴기란 용어를 유행시켰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경쟁하는 무대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굴기가 가능할까. 최근 거세지는 미·중 갈등은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자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갈등은 피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미국만큼 강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2013년 저서 ‘역사의 관성’에서 10년 뒤 중국이 미국과 동급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양극 구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1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중국과 미국의 인스타 팔로워 국력차는 아직 굉장히 크다. 10년 안에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쯤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와 비교해 중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한 편인가.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세계 다른 주요 강대국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전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쇠퇴하는 양상인데, 중국 역시 포퓰리즘 정치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사회에서는 최근 국제협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수도 점점 줄고 있다.
-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도 헌법에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한다. 대만을 인정하지 않는 인스타 팔로워 중국의 태도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국가의 주권은 민족 독립과 민족 통일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서구 나라들 역시 민족 통일을 굉장히 강하게 원한다. 캐나다는 퀘벡, 프랑스는 코르시카, 영국은 북아일랜드, 이탈리아는 북부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일부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느냐 여부가 민주주의와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북한하고 한국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을 때 한국은 아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지 않나.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북한이 나라라는 것을 인정했다.
-중국이 성장뿐 아니라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하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아직 격차가 크다. 중국이 세계 전방위에서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미국보다 무조건 적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의도적으로 국제질서를 파괴한다면 중국도 막아낼 도리가 없다.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수십년간 고도 성장을 이뤘다. 명목 GDP 순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힐만큼 성장 동력이 강한 나라다. 그런데도 중국을 미국에 비교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격차를 줄였을 뿐이다. 양국의 격차는 경제 방면 외에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다. 가령 고등 교육 측면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분명히 크다. 단순히 경제 규모만 봐서는 안된다. 사회의 여러 모습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경제적으로는 전쟁 중인데, 무력을 동원해 직접 맞붙는 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미·중 간 전면전이 벌어질 일은 없다. 양국은 핵보유국이고, 핵보유국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그들끼리 전쟁하면 전 인류가 멸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전(분쟁 당사국이 직접 전쟁하지 않고 동맹국 등이 대신 싸우도록 하는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이미 대만 문제를 두고는 전쟁을 피하자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전쟁이 발발할 우려는.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하는 인물이다. 집권하면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트럼프는 냉전 이후 집권 기간 전쟁을 벌이지 않은 대통령 중 한명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을 위해 전쟁을 벌여선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트럼프는 그간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느라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전면전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각 경우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은.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현재 국제질서는 큰 변화없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강대국 간 경제적 갈등은 심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것이다. 그럼 강대국들이 (미국의 영향을 덜 받게 되면서)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국제질서는 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한다면.
지금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자 전쟁 이후에도 트럼프를 계속 지지하겠지만, 바이든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바이든이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 편에 선다는 이유로 지지를 철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갑자기 트럼프를 뽑진 않을지라도 어쨌든 바이든이 얻는 표는 줄어들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중국과 대만, 한국과 북한은 대치 중이고 일본도 주변에서 크고 작은 군사 분쟁을 벌이고 있다.
1991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작은 분쟁은 있었지만 전쟁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향후 10년 안에도 소규모 군사 충돌이 있을지는 몰라도 전쟁으로 발전하진 않을 것이다.
-소규모 군사 충돌이 가장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어디든 다 가능하다. 한국의 독도, 중국의 댜오위다오, 한반도 군사 분계선 등에서 소규모 군사 충돌 발생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전쟁까지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없었다는 점 외에 다른 근거는.
간단한 논리다. 미·중 양국이 전쟁하지 않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전쟁하려 한다면 양국은 이를 막을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그 전쟁은 반드시 미국과 중국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중 양국은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군사 충돌 탓에 자신들까지 전쟁에 휘말리도록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정권 성향에 따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자주 갈팡질팡한다. 현재 한국의 대미, 대중 외교·안보 정책을 분석한다면.
동아시아의 중위권 국가인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다. 미국 편에 서는 것, 중국 편에 서는 것, 미·중 양국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 중 어느 선택지가 한국에 유리할지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 결정해야할 일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외교 안보 정책은 확실히 미국 편에 서는 것이다. 중국 편에 서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보고 미국 편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 간 국제질서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특히 동북아시아 질서의 변화 양상은.
탈세계화는 더 심해지고 국제 규범을 어기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이 더 많아지고 전제 지도자는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은 향후 10년 간 지금 상태를 유지를 할 것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국제 정치 환경은 더 악화할 것이다. 이들의 대중 대미 정책이 모두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국제 갈등 속에서 북한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지금 북한은 국제 사회와 교류가 거의 없다. 이미 국제 사회와 아무런 왕래가 없기 때문에 더 악화할 가능성도 크게 없다. 그냥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국이 먼저 북한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에는 특이한 분위기가 있다. 스스로 남북한 문제에 대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에게 무언갈 바라는 분위기다. 한국 시민들이 먼저 한국 정부에 물어야 한다. 북한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가간 갈등과 대립 구도가 다시 포용과 화합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
-지도자의 철학이나 성품이 국제질서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나.
일단 좋은 성품을 가진 최고 지도자가 당분간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포퓰리즘을 이용해 자국의 실패를 외국의 탓으로 돌리는 지도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변화를 바란다면 두가지 요인이 선행돼야 한다. 하나는 먼저 강대국의 정책이 곳곳에서 벽에 부딪혀야 한다. 정책 방향을 바꾸라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져야 한다. 다른 하나는 냉전 시기에 태어나고 자란 정치 지도자들이 더 이상 집권하지 않아야 한다. 1980년대 이후 세대의 젊은 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강대국의 지도자로 집권한다면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들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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