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구매 “100회 넘게 공연…이젠 울컥 않고 가사 읊조려”[세월호 10년, 함께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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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4-04-10 08:59본문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강당에 지난달 13일 ‘기억의 물결을 따라’가 울렸다. 졸업반(포스트중등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지난해 만든 노래다. ‘무너지지 않겠다’는 노랫말에 단원고 2학년5반 희생자 이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 눈시울이 붉어졌다. 학생들에게 받은 꽃을 두 손 모아 들고 노래를 경청한 그는 제 마음 같은 가사였다고 말했다.
성미산학교 전교생 45명은 오는 16일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4160인 합창단’ 일원으로 노래를 부른다. 4·16 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하는 이씨와 지휘자 박미리씨는 이날 학생들의 합창 연습을 돕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박 지휘자는 노래는 몸을 통과하며 나오는 소리라며 10년 동안 마음을 실어 노래를 불러온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불러보자고 도닥였다.
아들을 잃은 그해 겨울에 이씨는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어딜 가든 받기만 했다는 생각에 한 부모가 시민들을 위한 찬송가를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 정작 합창단을 꾸려놓고도 노래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씨는 첫 3~4년은 부르려 해도 나오지 않아 노래 대신 울음을 터뜨리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부르려는 이도 들으려는 이도 공연과 상관없이 그저 울었다.
참사 10년이 지났지만 노래는 여전히 이씨에게 아픔이다. 이씨는 아들을 잃고 절대 흐려지지 않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모곡의 노랫말도, 아들 또래 학생들을 만나는 일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10년이 지나도 아들 창현군은 여전히 열여덟 살 앳된 모습으로 이씨의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 잃은 슬픔은 세월이 지나며 오히려 선명해지더라고 말했다.
노래는 아픔이자 위로가 됐다. 이씨는 주 1회 연습, 1년에 100여회 공연으로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참사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노래 한마디가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더라며 가족들이 끈을 놓지 않고 연결돼 버틸 수 있었던 데에도 노래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참사를 기억하고 합창에 나선 학생들이 있다는 점도 그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힘이 됐다.
위로받고 위로한 10년. 이씨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다. 이씨는 누군가는 ‘이제 잊으라’고 하지만 충분한 구조 시간이 있었는데 왜 구하지 않았는지, 책임지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없을 수 있는지 의문이 여전하다고 했다.
이씨는 더 이상 노래 앞에서 울지 않는다. ‘지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거야’에 눈시울을 붉혔지만 끝내 눈물을 참아냈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게. 아들과 한 약속으로 버틴 10년, 그의 마음도 그만큼 단단해졌다. 이씨는 모두가 두 손 두 발을 들어도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지 않는 싸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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